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설 명절이다.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서 기분이 들뜨고 즐겁지만, 한편으론 불편한 감정이 고개를 들곤 한다. 며느리들은 일 걱정과 시부모님 뵐 걱정, 형제자매들은 아이들 얘기나 돈 얘기 나올까 걱정, 자녀들은 공부 얘기 나올까 걱정하면서 마음 한쪽이 꺼림칙하다. 실제로 명절 기간 동안에 몸이 힘들고, 마음도 불편해져서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명절 때 받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또는 신체적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장시간의 귀향 과정, 가사 노동 등의 육체적 피로 및 성차별, 시댁과 친정의 차별, 형제자매 또는 자녀 간의 비교, 의견 불일치 또는 다툼 등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다.

증상이 매우 다양해서 두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위장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우울, 무기력감, 분노, 질투, 적개심, 불안 등의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명절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은 대부분 주부였으나 최근에는 남편, 시어머니, 형제자매, 미취업자, 미혼자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명절 증후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를 기억해 보자.
첫째, 명절 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도록 노력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긍정적인 측면 또는 그 사람과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부정적인 면을 다소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둘째, 대면할 때 불편함이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미리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연습해 보자. 가급적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전략을 사용할지 또는 상대방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할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갑작스럽게 곤란한 상황에 부딪힐 때 당황하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서다.

셋째, 주부의 경우 명절 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을 대비해 체력을 비축한다. 절대 피곤하지 않게끔 몸을 관리하고, 명절이 끝난 다음에 달콤한 휴식이 있음을 상기한다.

넷째, 남편의 경우 명절 기간 동안 과식, 과음, 운동 부족을 피한다는 각오를 한다.

다섯째, 친척들끼리 민감한 사안(예를 들어 재산, 직업, 취업, 자녀들의 진학 또는 결혼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말도 예민하게 듣지 말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갖는다.

명절 후유증으로 출근 후 무기력감과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절 끝 무렵 출근하기 전날에는 미리 무슨 일부터 할 것인지 또는 회사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스스로 적응시키자.

출근 첫날 일상생활로 다시 복귀했음을 스스로에게 선언하여 마음가짐을 굳게 가진다. 다시 시작하는 업무를 비교적 가볍고 익숙한 것들로 시작해 이른바 ‘워밍업’ 단계를 거친다. 명절 증후군은 과거 농경 시대의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과 개인주의의 문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연결돼 있지만, 평소 서로 간에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저 명절 때만 만나는 가족 내 역동은 갈등과 어색함이 숨어 있다.

따라서 명절이 아닌 경우에도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간에 잦은 왕래와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명절 증후군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배우자의 가족에게도 세심한 배려와 존중을 해주자. 우리나라에서 ‘명절’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명절 증후군’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피하거나 부인하지 말고 현명한 대처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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