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8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최근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과 관련해 국내경제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 상황은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여러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위기의식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물가가 마이너스인 것에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뒷북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말을 언급하며 “한은이 전반적인 거시경제 관리에서 너무 머뭇거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심기준 의원도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2014년도부터 미달하고 있다. 물가 예측력에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작년보다 경제성장률도 훨씬 낮고 대외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기저효과로만 설명할 수도 없다”며 “상당한 정도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제로금리’ 정책도 가능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경제학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은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이거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데, 한은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의견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없나”라고 물으며 “한은의 객관적인 경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침소봉대’라고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용범 기획재정부1차관 모두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때는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디플레이션을 정의하는 기준을 모두 따져봤을 때 우려를 가지면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하거나 침소봉대하는 것은 자기실현적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 김정우 의원 역시 “지금 상황이 디플레이션 우려 상황은 아니고 디스인플레이션, 저물가 상황이라고 본다”며 “IMF(국제통화기금) 기준으로 봐도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위험지수가 0.14∼0.28로 높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반박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의 물가지수 마이너스 폭은 이례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이 크다. 그런 요인을 제거하면 현재 0%대 후반”이라며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지금은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한은이 정부 정책에 순응하며 독립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질타를 쏟아냈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경기순환 주기에 맞춰야 하는데 경기 상승기에 금리가 수차례 인하되고 경기 하강기에는 금리가 인상됐다”며 “엇박자를 낸다는 판단이 든다. 정부 입김이 들어가 독립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은 “작년 12월 한은이 낸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는 발간 과정에서 연구자가 한은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와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며 “최종 보고서에 담겨있던 ‘최저임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내용 등이 한은 발간 보고서에는 아예 빠져있다”고 말해 왜곡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총재는 “원래 분석대상 기간이 2010∼2016년으로 돼 있어 이를 토대로 그 이후 이뤄진 정책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심사위원이 문제를 제기해 원저자와 협의를 해서 최종적으로 수정을 했다고 알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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