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중국이 북한의 숨겨진 후견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연평도 피격 사건에서도 소극적인 방관자 입장을 자처하며 어색한 평화를 부르짖었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긴 하지만 왠지 중국이 하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중국은 예로부터 ‘이이제이’를 펼쳐왔고, 우리에겐 그런 중국의 태도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중국의 역사와 지정학적 특성에서 찾아낸다. 일단 중국은 자기들이 동이족이라 부르는 한국을 두려워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이 두려운 민족을 가만둘 수 없기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특이한 외교 전략을 펴간다는 분석이다. 책은 ‘중국이 절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반도의 국제정세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중국이 주변국을 다루는 방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선 덩치가 커서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뒤로는 이이제이 정책을 구사한다. 소련과 인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덩치가 작지만 똑똑하고 끈질겨서 요주의 대상인 국가는 분리・지배정책을 사용하는데 한국과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아주 작아 힘이 없는 국가는 무자비하게 점령한다. 티베트가 그런 케이스다.

일단 중국의 대(對)베트남 정책을 살펴보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복심을 읽을 수 있다. 베트남이 국제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호치민이 1941년 5월 중국 국경에 인접한 베트남의 팍보에서 월맹을 결성하면서부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이 베트남의 ‘영구 분단’을 적극적으로 획책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양다리 외교를 통해 베트남의 자유 세력과 공산 세력에 모두 줄을 댔다.

이후 영민한 지도자 호치민이 중국의 술수를 간파하고 소련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자 중국의 태도는 급변한다. 급기야 중국은 1975년 통일된 월맹이 캄보디아를 공격하자 베트남을 침공하게 된다. 중국은 당시 캄보디아의 후견인이었고, 동남아시아 최강의 군사력을 구축한 통일 베트남을 좌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의 대패로 끝나게 된다.

이 대목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정황은 최근 모호한 중국의 태도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통일 이후다. 통일 한국의 위상이 커지면 중국이 어떤 노골적인 카드로 한반도에 제재를 가할지 알 수 없다. 저자는 “중국에 대한 경외감을 버리고 제대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기수 지음 / 살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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