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올라온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 영상 화면 캡처)
(출처: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올라온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 영상 화면 캡처)

“말기암男 구충제 먹고 완치”

사연 영상 조회수 ‘195만회’

‘암세포 억제 효과’ 국내 연구

식약처 “절대로 복용치 말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아지 구충제로 폐암 말기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이 구충제를 통한 치료에 도전하고, 시중 약국에서는 해당 구충제에 대한 품절현상까지 일고 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도 해당 내용은 ‘핫 이슈’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 네티즌은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아무리 그래도 가려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의학계에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엄마도 암환자라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가 된 ‘강아지 구충제 파동’의 시작은 “개 구충제를 먹고 폐암을 완치했다”는 한 미국인 남성의 주장이 이달 초 유튜브를 타고 퍼지면서부터다.

논란의 동영상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10분 40초짜리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듬해 1월엔 암세포가 간·췌장·위 등 전신으로 퍼져 3개월만 살 수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무엇보다 암치료가 간절했던 그는 한 수의사에게 ‘펜벤다졸(개 구충제)’ 복용을 권유받는다. 그는 수의사의 권유에 따라 펜벤다졸을 하루 222㎎씩 3일 연속 복용하고 4일은 쉬는 방식으로 3개월을 복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신 CT촬영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조의 이야기가 담긴 이 영상은 26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조회수 195만회를 넘겼고, 댓글은 4659개나 달렸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개 구충제가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일선 약국에서는 품절 현상도 나타났다.

(출처: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올라온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 영상 화면 캡처)
(출처: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올라온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 영상 화면 캡처)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개 구충제를 통한 항암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저한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모험 한 번 해볼까 한다. 여러분들이 저한테 보내주신 수십 건의 영상 자료를 제가 한번 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그가 글과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조의 이야기가 담긴 유튜브 영상 링크가 담겼다.

그렇다면 실제로 개 구충제가 항암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사람을 상대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암세포 억제에 구충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뉴스1에 따르면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의 항암연구를 주도한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직접 연구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과 최근 이슈인 펜벤다졸은 성분이 다르지만 구충제가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효능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면서 “의약품은 사실 어떤 치료목적으로 개발되다가 다른 치료효과가 예상되면 결국 전혀 다른 목적의 약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남 교수는 “실제 해당 구충제가 사람에게 쓰이려면 어느 용량에서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팀이 진행했던 연구는 해외에서 구충제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니클로사마이드’의 항암작용이다. 이 연구는 지난해 11월 미국 암학회(AACR)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암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에서는 개 구충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간 펜벤다졸을 갖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환자 복용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해 간독성이 발생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설명자료를 내고 개 구충제 복용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강아지 구충제의 주성분인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이라며 “사람에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특히 말기 암환자는 항암치료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항암제로 허가를 받지 않은 ‘펜벤다졸’을 암환자는 절대로 복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출처: 개그맨 김철민 페이스북 화면 캡처)
(출처: 개그맨 김철민 페이스북 화면 캡처)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