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이 책은 조선의 빼어난 이야기꾼 신돈복이 보고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기록한 ‘학산한언’의 일부다. ‘학산’은 신돈복의 호(號)이며 ‘한언’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는 뜻이니, 책의 젬족은 ‘학산의 시시한 이야기’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시한 이야기’는 당대 문인은 물론 한글로 번역돼 여성들에게도 애호됐다. 또한 후대의 인기 있는 이야기책에 ‘학산한언’의 이야기가 수록되기도 하고 백과사전류에 실리기도 했다.

신돈복은 명문가 출신이지만 높은 벼슬에 오르지 못했다. 24세에 진사시에 급제하고도 노년인 71세에야 종9품 벼슬인 선릉 참봉을 제수받고 73세에 종3품 벼슬인 남도 봉사를 지냈다. 이렇듯 그 관직만 보면 현달하지 못했으므로 혹자는 신돈복의 삶이나 글을 시시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 제목마저 ‘학산의 시시한 이야기’이니 더욱 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산한언에는 다른 책에서 접하기 어려운 조선 방방곡곡의 이야기와 18세기 서울에 살았던 지식인의 풍부한 정보가 담겼다.

신돈복 지음, 정솔미 편역, 전갑배 그림/ 돌베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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