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면 그게 좋은 드라마일까?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세상은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도 많다. 말도 많았던 흥행작 SBS TV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39) 작가는 “인생에는 마법 같은 순간이 온다. 그 때 준비된 사람은 자기 인생을 마법으로 바꿀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가난한 일상으로 일기에 쓸 말이 없어서 동시를 썼는데 그때 선생님이 그녀의 동시를 칭찬했던 게 너무 좋아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가난에서 벗어나 현재 회당 2000만, 3000만 원을 받는 1급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나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미술 시간에 콜라주를 했는데 일반 학생들이 하는 기법이 아닌 대담한 크기의 조각으로 만들었다. 미술 선생님이 칭찬을 하시며 이 작품을 학교에 영원히 소장하겠다고 하셨다. 당시 남산 어린이 회관에서 미술대회가 있었는데 물을 떠 오기가 싫어서 수채화를 불투명으로 그렸다. 선생님은 내 그림을 보고 “대단한 기법이네”라고 칭찬하셨다.

나는 대학교에 들어 와서 경영학을 하면서도 피카소가 되겠다고 결심해 지금까지 미술을 하고 있다. 칭찬 하나로 인생이 바뀐 사례는 너무 많다.

그 반대도 무지 많다. 부정적인 단어로 남의 인생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동기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진짜 고마운 사람이다. 이화여대 배일환 교수도 첼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남을 위한 음악,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삶을 강조해 그 제자들이 제대로 성장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얘기해주느냐가 그들의 앞날에 큰 영향을 준다. 아시아계여성으로 첫 하버드대 법대 종신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석지영(38ㆍ미국명 Jeannie Suk) 씨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던 내가 오늘날 이 자리에 선 것은 책을 통해 내 갈 길을 스스로 깨닫게 해준 엄마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예일, 옥스퍼드, 하버드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을 나온 그녀는 6살 때 미국에 이민을 와서 갑자기 바뀐 문화와 언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이 이후 미국생활을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엄마에게서 책을 찾는 방법을 배워 스스로 책을 찾아보고 깨닫는 즐거움을 누렸고, 자유를 추구하는 힘을 키웠던 것 같다고 한다. 결국, 칭찬과 배려, 스스로의결심이 큰 인물을 탄생시킴을 알 수가 있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그녀의 연구 분야는 다른 법학자와는 다른 융합적인 길로 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보고 상상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하는 그녀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간절한 영감을 불어넣는 그런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이 나 자신을 위한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자신보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 중에서 멘토를 만드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열쇠”라고 청출어람의 지혜를 언급했다.

마법 같은 행운을 차지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을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교육의 힘이다. 눈이 오고 추워 밖에 나가기도 싫은 겨울에도 동네 도서관에 가보면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항상 자리가 꽉 차있다. 독서의 열기가 널리 퍼져 있는 요즈음이다.

전 세계를 휩쓰는 구제역, AI의 창궐이 가축들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방식 및 생산성만을 위한 품종의 단일화로 인한 결과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다양성이 없는 한 방향으로의 질주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 문화, 암기식의 교육 방법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한국의 교육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운 대로 행동한다. 독서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무한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독서가 개인 경쟁력의 원천이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언어의 리더십을 학습했다. 흑인도, 백인도 아닌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 시절, 그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랭스턴 휴즈, 제임스 볼드윈, 랠프 앨리슨, 리처드 라이트 등의 흑인작가들의 작품에서 위안과 성찰을 얻었으며 대학시절에는 니체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대학 졸업 뒤엔 마틴 루터 킹 목사 이야기인 <파팅 더 워터스>를 애독했다고 한다.

당선 뒤에는 정치적 라이벌들을 포용한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인<팀 오브 라이벌스>를 읽었고, 이는 오바마가 국무장관에 힐러리를 발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아리조나 참사 관련 연설에서 오바마의 ‘51초의 침묵’이 미국을 단합시켰다고 미국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는 “대중을 선동해 극단적인 대결구도의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것을 삼가야 한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힘은 우리를 단결시키는 힘보다 강하지 않다. 희망과 꿈을 결집하자”고 했다. 남을 움직이는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 책 읽는 대통령, 교수, 작가가 부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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