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반대 통성 기도. 한국교회 양대산맥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분열 60주년을 맞아 분열 이전의 교단을 기념하는 연합기도회를 지난 1일 개최한 가운데 WCC에 가입한 예장통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보수 개신교계가 WCC부산총회 당시 반대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천지일보 DB
WCC반대 통성 기도. 한국교회 양대산맥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분열 60주년을 맞아 분열 이전의 교단을 기념하는 연합기도회를 지난 1일 개최한 가운데 WCC에 가입한 예장통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보수 개신교계가 WCC부산총회 당시 반대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천지일보 DB

 

예장 합동‧통합 연합기도회

행사장 건너편에선 맞불집회

수십년 반목‧질시 해결책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장로교가 분열의 역사를 극복하고자 연합기도회를 진행한 가운데 WCC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1일 분열했던 장로교단의 양대 산맥이 분열 60년만에 연합기도회를 벌인 반면 맞은 편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은 이날 교단 분열 60주년을 맞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1912년 9월 1일 평양여자신학교회에서 제1회 총회 개회예배를 드리고 하나로 시작한 때를 기념하고자 ‘한국교회 회복과 연합을 위한 장로교(합동·통합) 연합기도회’를 진행했다.

기도회는 예장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경기도 안양 평촌교회에서 진행됐고, 설교에는 예장합동 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나서는 등 순서에서 양 교단이 균형을 맞췄다.

연합기도회의 특별기도 순서도 예장합동 서기 김종혁 목사의 ‘한국교회의 회복과 연합을 위해’, 예장통합 서기 김의식 목사의 ‘민족복음화와 세계복음화를 위해’, 예장합동 회록서기 진용훈 목사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예장통합 회록서기 윤마태 목사의 ‘한일관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등 양 교단의 핵심 인사가 각 2명씩 참여했다.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메시지 낭독, 예장합동 부총회장 김종준 목사는 축사를 했다.

이 외에도 예장통합 부총회장 차주욱 장로의 기도, 예장합동 부총회장 강의창 장로의 성경봉독,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림인식 목사의 축도, 에장합동 총무 최우식 목사와 예장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의 광고 등 양 교단 중책들이 고루 순서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연합기도회 메시지를 통해 “한국교회에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협력하며, 서로를 존귀하게 여기고 겸손하게 한 마음으로 연합해 하나님을 섬길 것을 다짐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행사는 WCC(세계교회협의회) 가입 문제로 분열돼 오늘날까지 하나되지 못하는 양 교단이 강단을 교류하는 것으로 의미가 컸다. 양 교단 총회장들은 이날 1912년 양 교단의 모체가 되는 조선예수교장로교회가 평양에서 제1회 창립총회 개회예배를 드린 날이라고 역사적인 의미를 재조명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렇게 분열된 지 꼬박 60년이 되는 해다.

◆ 보수개신교는 WCC 반대 집회

반면 양 교단의 교류와 연합을 반기지 않는 측도 있었다. 이날 평촌교회 건너편에서는 개신교 보수진영이 주도한 '한국교회 정체성 회복 촉구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예장합동 측의 뉴비전교회 강주성 목사가 중심이 됐다. 강 목사가 소속된 예장합동은 공산권 국가의 교회가 가입된 WCC(세계교회협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조선예수교장로회에서 분열된 교단이다.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예장합동과 WCC를 인정한 예장통합으로 분리돼 지금까지 별개로 운영이 돼 왔다.

강 목사 등은 예장통합을 향해 WCC에 대한 실체를 알고 예장통합측이 WCC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열당시 예장합동 측이 WCC 및 WCC 회원과는 어떠한 교류도 할 수 없다는 결의를 통과시켰다는 점을 상기하며 “당시 갈라졌던 통합측이 WCC를 탈퇴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함께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결의가 유효한 이상 예장합동 측은 예장통합 측의 어떤 교회와도 강단교류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에 예장통합 교단이 참여해 세계 WCC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언급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 장로교단은 왜 분열됐나

단일 교단이었던 장로교단은 해방 후 거듭된 분열을 겪었다. 가장 먼저 분열된 측은 1952년 신사참배 문제로 분리된 예장고신이다. 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에 찬성하는 긴급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해방 이후 장로교단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목회자로 추앙되는 한경직 목사는 이 총회에 의산노회 대표로 참석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이듬해인 1939년 신사참배를 반대한 주기철 목사를 장로교 목사직에서 면직했다. 또 주기철 목사가 담임하던 산정현교회도 폐쇄 조치를 했다. 출옥한 성도들은 이 같은 장로교단의 조치에 반발해 새 교단을 만들어 나갔다. 이 교단이 예장고신이다.

두 번째 분열은 보수-진보로 나뉜 장로교단에서 진보진영 측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설립해 분리된 것이다.

세 번째는 장로교단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948년 창립된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가입 문제를 놓고 장로교단은 양분됐다. 1953년 가입을 찬성하는 측은 예장통합, 반대하는 측은 예장합동으로 갈렸다. 예장합동은 교단 헌법에 ‘WCC 및 WCC 에큐메니컬 운동은 비성경적이고 위태로운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이후 앞장서서 WCC를 반대했다.

이 같은 갈등은 60여년 이어져왔고, 지난 2013년 10월 부산에서 WCC총회가 열리자 예장합동을 위시한 보수교단 27곳은 ‘WCC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이 WCC를 반대하는 이유는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동성애 옹호’ ‘자유주의 신학’ 등이었다. 이후 보수진영의 WCC 반대 운동이 더 활발해졌다. WCC 반대 운동 측은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듬해인 2014년 예장 통합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9개 회원 교단과 한국 천주교가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교파 간 친교를 목적으로 직제협의회를 창립하자 맞불 시위를 진행했다.

장로교단은 예장합동-통합으로 분열된 이후에도 교권주의의 병폐로 250여곳의 교단이 생겨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명시된 개신교 교단만도 374곳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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