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백인·남성우월주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 회원들이 '국내 테러 종결' 집회를 연 가운데 이들에 반대하는 한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맞서고 있다(출처: 뉴시스)
17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백인·남성우월주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 회원들이 '국내 테러 종결' 집회를 연 가운데 이들에 반대하는 한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맞서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국의 백인우월주의가 증오를 부추기고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오래전 백인우월주의는 노예제 폐지 이후 극심하게 전개됐다. 백인이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종보다 우월해야 하는 제도 등이 사라지자, 백인들은 우열을 강조하고 너희들은 열등한 인종이라고 주장하며 그들이 미국 사회의 주인이고 리더라고 자부했다.

멈출 줄 알았던 백인 우월의 이데올로기가 다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가디언은 “백인 민족주의자들은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침략자’라고 인식하며, 이들이 백인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범죄자들 대부분이 이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범행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서로가 범행을 부추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에 진입도 하지 않은 캠퍼스 내 대학생들이 사이로 백인우월주의 선전물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단체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학 내 백인우월주의 전단, 포스터 등이 313건 발견됐다고 전했다. 특히 극단주의 메시지는 1년 새 77%가 늘었다.

이 같은 활동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미국정체성운동’(American Identity Movement)이 1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7년부터 활동한 애국전선(Patriet Front)은 30건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신시아 밀러-이드리스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합법적인 보수적 의견이 아니라 극단주의 이념”이라며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도 이러한 경각심을 확인한 듯 극단주의와 혐오 발언 등을 담은 동영상과 채널을 삭제했다. 특히, 백인 우월주의와 신나치주의, 편향된 이념을 옹호하는 동영상과 채널 수천 개를 삭제하며 반복적으로 금지선을 건드리는 채널에 대해선 광고 수익을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백인민족주의 등 극단적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진 백인 젊은층의 이탈과 더불어 자칫 총기 테러로 계속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약 850건의 미국 내 테러 사건 중 40%가 인종주의가 동기가 된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관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사건의 다수는 백인우월주의 세력과 연관됐다고 연방수사국의 분석사례를 공개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발생한 잇단 총기 난사는 미국 사회에서 실패한 20~30대 백인 남성들이 유색인종들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뺏기고 수적 열세에 빠지면서 사회 주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대한 분노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나치즘과 히틀러에 심취하고 극우파들의 선동에 영향을 받아 백인 인종우월주의 노선에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일 20명이 숨진 텍사스주 엘패소 사건의 용의자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범행 전 극우성향 온라인 게시판 ‘에잇챈’(8chan)에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을 비난하는 선언문을 올렸다. 크루시어스는 지난 3월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일으킨 7건의 사건으로 65명이 사망했다.

이제 젊은층의 백인우월주의 범행은 미국 내 문제로 제기됐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만큼 가장 큰 문제로 자리잡았다.

더구나,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음모론은 그들을 쉽게 결집시키고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위험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과격한 행동 속에 그들에게도 명분이 필요한 모양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두 곳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호주인 브렌턴 태런트는 ‘에코 파시스트’를 자처했다.

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들이 “번식에 실패한 백인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이를 일종의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총격을 자행해 21명을 살해한 패트릭 크루시어스도 수질오염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람 수를 충분히 줄이면 우리 방식대로의 삶이 더욱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떠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이처럼 환경적 주제를 끌어들여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 당시에도 백인우월주의 선동가 리처드 스펜서가 발표한 성명에도 환경보호 강령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햄프셔 칼리지의 베치 하르트만 명예교수는 ‘증오의 녹색화’라고 규정한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환경 단체 전문가들은 미국의 청년 세대가 인종차별주의와 이민자 배척 성향을 받아들이도록 유혹하기 위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환경 메시지를 악용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고심 속에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목회자들도 미국 사회 현상을 걱정하며 백인우월주의가 촉발한 이번 사건을 악으로 규정하고 대항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은 ‘내셔널 리뷰’지에 ‘이 악을 짓밟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미국의 총기 난사 문제의 뿌리가 백인우월주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피츠버그에 살고 있는 백인 여성 한나 베스(28)는 “지금의 백인우월주의 현상에 대해 백악관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나를 포함해 많은 젊은 백인 여성들이 백인 우월주의를 걱정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가 묵과하지 말고 특별한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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