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 발표

“원·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인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가 사망한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와 원·하청의 책임 회피 속에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에 따른 것이라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태안발전소에 대한 종합안전보건진단 결과에 따르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0개월 전인 작년 2월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에 공문을 보내 태안발전소의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를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이때는 김씨가 한국발전기술에 취업을 하기 이전 시점이었다.

하지만 컨베이어 설비는 김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이 같은 개선 요청이 무시된 것에 대해 특조위는 원·하청의 ‘책임 회피 구조’가 원인이라고 봤다.

발전사는 하청 노동자의 작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하면서도 자사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협력사는 자사 설비가 아닌 컨베이어에 대해 권한이 없어 문제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지형 특조위 위원장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원청과 하청은 모두 안전 비용 지출이나 안전 시스템 구축에는 무관심했다”며 “위험은 외주화 됐을 뿐 아니라 외주화로 인해 위험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화됐고, 노동 안전보건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조위의 조사에 따르면, 태안화력발전소를 포함해 원·하청 구조가 자리 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컨베이어 설비 외에도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

지난 6월 특조위의 측정 결과, 발전소 회 찌꺼기 처리장의 1급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 농도는 0.408㎎/㎥로, 노동부 기준(0.05㎎/㎥)을 크게 넘어섰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원·하청 관계가 직접적인 안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 사고와 중독의 핵심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내 전력산업은 본래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송·배전, 전력 판매 등 전체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대 발전 5개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의 6개 자회사로 분할되고 정비를 포함한 일부 사업이 민영화됐다.

민영화는 경쟁 도입과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하청 업체 노동자의 미숙련과 더불어 저임금, 불안정 고용을 고착화하고 하청업체의 배만 불리게 됐다는 것이 특조위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발전사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도급 비용 단가는 계속 상승했다”면서 “하청업체는 노무비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저비용 방식에 편승해 과도한 이윤을 취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발전사의 경상 정비 및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운전 업무는 발전 5개사가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전력산업의 원·하청 구조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전력산업의 수직 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가장 먼저 발전 사업 분야의 통합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조위는 지난 4월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출범했다. 약 4개월간 김씨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9월말까지이지만 활동이 끝난 뒤에도 정부가 권고 사항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살피는 ‘점검 회의’를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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