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열어 ‘대형병원 경증환자 집중화 완화대책’으로 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각각 40%, 50%, 60%로 인상하는 방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이달 말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의결한 후 7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복지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환자들이 지나치게 대형병원을 선호하면서 생기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가벼운 질환은 동네병원을 찾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결정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3일 정부가 10만 의사를 위해 5천만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려 한다며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당초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다빈도 50개 경증환자만을 대상으로 외래 약값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암 등 중증질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까지 포함해 외래 약값을 최대 2배까지 인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복지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의료기관 종별 외래 약제비 차등화가 대형병원 경증환자 집중화 완화대책이 아니라 작년에 1조 3천억 원의 적자를 낸 건강보험 재정을 매우기 위한 대책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심적 부담을 생각지 않고 단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자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내놓은 것이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이라니 탁상공론도 이런 탁상공론이 없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의도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결정이라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생각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재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몸을 사리려는 ‘복지부동(伏地不動)부’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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