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엘패소의 씨에로 비스타몰 인근 월마트에서 총격이 발생해 현장에서 대피한 월마트 직원들이 두려움과 안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엘패소의 씨에로 비스타몰 인근 월마트에서 총격이 발생해 현장에서 대피한 월마트 직원들이 두려움과 안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소 20명 사망·26명 부상

용의자는 21세 백인 남성

백인우월주의·反이민 성향

민주당 “총기 규제 나서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텍사스주에서 3일(현지시간) 또 다시 대형 총기 참사가 벌어져 미국 사회가 공포로 떨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캘리포니아주 ‘길로이 마늘 페스티벌’ 총기 난사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크고 작은 총격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총기 규제론을 재점화할 조짐이다.

◆또 증오범죄?… 총격범 反이민 주장

미국 언론들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말인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의 국경도시인 엘패소의 대형 쇼핑몰 월마트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위독한 사람들도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엘패소는 멕시코와 접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경도시다. 총격은 이날 오전 10시께 엘패소 동부 월마트에서 발생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총격 현장 동영상을 통해서 볼 때 용의자는 소총으로 무장한 채 총격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귀마개를 하고 범행에 나섰다.

용의자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총격 피해자는 4개월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한 용의자가 21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라고 밝혔다.

엘패소 경찰서장 그레그 앨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루시어스가 온라인상에 올린 인종차별주의적 내용의 성명서와 관련해 이번 총격이 ‘증오 범죄’와 연관돼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크루시어스는 성명서에서 “히스패닉이 내가 사랑하는 텍사스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장악할 것이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성명서는 또 유럽인들의 후손이 다른 인종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인 우월주의 음모론인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도 언급했다.

◆참사 반복에 규제 목소리 커져

이번 참극은 사망자 수 기준으로 미국 내 역대 총격 사건 중 10대 사건에 포함된다.

총기 참사는 미국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지만 최근 그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뉴욕 브루클린 동쪽 브라운스빌에서 개최된 대규모 연례행사 ‘올드 타이머스 데이’에서 총격범 2명이 행사가 끝날 무렵 총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이튿날에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매년 열리는 음식 축제인 ‘길로이 마늘 페스티벌’에서 총격이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같은 날 중부 위스콘신주에서도 주택 두 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졌다.

크루시어스의 범행 동기를 놓고 경찰과 현지 언론은 마늘 축제의 총격범인 산티노 윌리엄 리건(19)과 마찬가지로 백인우월주의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같이 총기로 인한 참사가 계속되면서 이번만큼은 총기 규제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미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규제 강화를 외쳤다.

민주당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총기 난사로) 희생돼야 하고 지역 사회가 찢어져야 하는가”라며 “우리가 행동에 나서 만연한 총기 폭력을 끝낼 시간이 지났다”고 적었다.

다수의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이미 강력한 총기 규제 정책을 공약을 내걸고 있으며, 당 지도부 역시 의회 차원에서 규제 강화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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