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쓰이는 제산제를 자주 복용할 경우,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알레르기 발생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미국 CNN뉴스 인터넷판과 헬스데이 뉴스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Wien) 의과대학의 에리카 옌센·야롤림 병태생리·알레르기학 교수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800여만명에 대한 의료보험 자료를 분석한 뒤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세대 제산제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필로섹 프라바시드, 넥시움 등)와 구세대 제산제인 히스타민2(H2) 수용체 길항제(잔탁, 펩시드, 타가메트 등) 등 모든 제산제를 복용할 경우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연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제산제를 복용한 사람은 전체적으로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레르기 발생률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6일 연달아 제산제를 복용한 사람도 알레르기 치료제 처방률이 높게 조사됐다. 제산제 사용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알레르기 치료제 처방률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제산제를 자주 복용할 때 알레르기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위산 분비 억제로 인한 단백질 분해 장애를 꼽았다.

위산은 섭취한 음식 속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을 잘게 분해하는데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제산제로 인해 이러한 단백질들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 채 소화관으로 내려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제산제와 알레르기 사이의 이러한 연관성이 여성과 노인에게서 뚜렷하게 보인다고 밝혔다. 제산제를 복용하는 60세 이상 노인은 알레르기약 처방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알레르기가 염려됨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제산제가 필요한 사람의 경우 제산제 사용을 최대한 단기간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이에 대해 미국 뉴욕 노던 웨스트체스터 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엘리 애브베이어 박사는 어디까지나 관찰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필요할 때 복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논평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7월 30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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