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파국에 직면했다. 개각 때마다 제기되는 회전문식 인사 및 부적격자 선발로 ‘인사 잔혹사’가 다시 표출되고 있는 것.

그간 숱한 인사 난맥상이 드러난 점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이번에 여당마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자진 사퇴’를 요구한 마당이니 “야당 때문에 번번이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핑계는 소용없을 듯싶다.

일단,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직도 “일 잘하는 사람 뽑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

정 감사원장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감사원장이 어떤 직책인가. 공정성이 생명인 자리다. 그런 위치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사람을 앉히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 후보자가 2007년 11월 대검 차장 퇴직 이후 사흘 만에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로 들어가 한 달에 1억씩 벌어들인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치더라도 ‘국민 정서’에 호응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태반인 요즘, 정 후보자를 보고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인사 방식에 있다. 물론 측근을 세우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한 이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는 인사방식일 터.

하지만 그 뿐이다. 역기능이 훨씬 많다. 일단 인사 폭이 한정되다 보니 더 나은 사람이 뽑히지 못한다. ‘끼리끼리’ 어울리니 견제도 없고 부정부패도 끊이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인사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진영에 관계없이 추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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