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재수사결과 발표

재수사 8개월 만에 무더기 기소

2011년 첫 피해 이후론 8년 만

환경부 공무원도 불구속 기소

업체 뇌물 받고 내부자료 제공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업체 관계자 3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전날 흡입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홍지호(68) SK케미칼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뒤 국정감사 등 내부 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최모 환경부 서기관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피해자가 나온 지 8년 만의 일이다.

홍 전 대표등 4명, 안용찬(60) 애경산업 전 대표 등 5명, 김모(57) 필러물산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우선 기소됐다.

이들은 클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천지일보 2019.6.7
가습기 살균제 ⓒ천지일보 2019.6.7

SK케미칼은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학교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시작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가 있다.

2013년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 이들은 조사받지 않았다.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탓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검찰 수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에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공급한 최모 SK케미칼 전 직원 등 4명도 기소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조배숙 최고위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12차 국민경청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피켓을 들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조배숙 최고위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12차 국민경청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피켓을 들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최모 환경부 서기관은 금품을 받은 뒤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살균제 관련 수사 당시 증거를 숨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이마트 품질관리상무보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을 위해 검찰은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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