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불법촬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민단체 “재발방지 대책내야”

문화평론가 “몰카 기승” 비판

몰카범죄자 53.8%, 또 저질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지하철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해 불구속 입건되고 SBS에서도 사직한 김성준 전 앵커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한 SBS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문화연대,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인권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10일 연대 성명을 내고 김 전 앵커의 사표를 수리한 SBS를 비판했다.

이들은 “SBS 메인뉴스 앵커, 보도본부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자기 이름을 건 시사프로그램 진행과 논설위원을 맡을 정도의 인물이 문제를 일으키자 바로 선긋기를 하고 퇴사를 공식화하는 건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고 언론 보도 신뢰를 깎아내린 책임을 묻고 응당한 징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조직 문화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일 한 시민이 그의 행각을 목격하고 피해자에게 알렸고, 김 전 앵커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준앵커 체포(출처:  SBS)
김성준 앵커. (출처: SBS)

김 전 앵커는 입건되자 곧바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날 수리됐다. 그가 진행하던 SBS러브FM(103.5㎒)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는 폐지됐다. 지난 1991년 SBS에 입사해 보도국 기자와 앵커를 거쳐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등 앵커로서 명망이 높았다.

평소 ‘몰카 범죄’에 대해 피해자들을 두둔하던 언행을 보였던 그였기에 이번 사건은 김 전 앵커를 응원했던 많은 이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이 내린 몰카 범죄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천지일보 칼럼을 통해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과 유포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몰카의 그늘이 다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며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행해질 수 있는 성폭력 범죄가 멈추지 않고 명백히 성폭력 범죄의 가장 큰 유형으로 깊이 뿌리를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찰청이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키로 했으나 몰래카메라 피해 사례는 이를 비웃듯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뿐 아니라 볼펜, 안경, 라이터, 단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으로 위장한 몰카가 기승을 부리며, 단속을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불법 몰카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의를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4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불법 몰카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의를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4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를 가볍게 인식한다거나 재범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인 성폭력범죄특례법 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 사진을 찍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여성변호사회 통계에 따르면 몰카 범죄의 처벌 유형은 1심에서는 벌금형(72.0%)에서 그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심에서도 가장 많은 46%가 벌금형이었다. 벌금 액수도 300만원 이하가 80%에 달했다.

또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2016년 범죄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몰카 범죄 재범률은 절반이 넘는 53.8%에 달했다. 한 사람이 몰카 범죄를 5차례 이상 저지른 비율도 31.2%로 높게 나타났다. 2014년 법무부와 대검 등의 통계 자료와 비교해보면 몰카범죄는 도박(72.2%)보다는 낮지만, 사기(38.8%)보다는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 촬영한 영상을 동의 없이 유포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특별한 양형기준 없이 편차가 큰 형량이 선고되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와 합의유무, 반성여부, 촬영횟수 및 피해자 수, 피해정도, 유포여부 등에 따라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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