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범두 신임 천도교 교령. (제공: 천도교)
송범두 신임 천도교 교령. (제공: 천도교)

천도교 송범두 교령 기자간담회 열어
“당수 빈자리… ‘최동오의 핏줄’ 염두”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북한에 영구거주하겠다’며 월북한 최인국씨에 대해 천도교 최고지도자 송범두 교령이 9일 “(월북한 최인국씨는) 교단에서 큰 직책을 맡지도 않았고,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지 않은 교인이었지만, 대한민국의 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으로 영주 입북한 최인국씨는 천도교 교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에서 외무장관과 서독 주재 대사로 활동했던 최덕신씨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부인인 류미영씨와 미국에 이민한 뒤 1986년 월북했다.

송 교령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제가 잘못 생각할 수 있지만, (최인국씨) 아버지가(家)나 그의 처가를 살펴보면 (북한에) 갈 수 있는 바탕이 다른 어떤 사람보다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북한으로 간 것을 유추해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송 교령은 2년전 최인국씨가 모친인 류미영씨 사망으로 북한에 다녀온 뒤 만난 일을 회상했다. 송 교령은 “4월에 식사자리에서 최인국씨가 청우당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70년을 살았는데,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없다. 그러니 북한의 청우당을 바탕으로 남북을 오가며 통일을 위해 힘을 써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다”며 “그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면서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짚어보면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천도교 측에서는 최인국씨가 세상을 떠난 부모의 대를 이어 청우당 중앙위원장으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간담회에 동석한 천도교 종학대학원 원장인 임형진 경희대 교수는 “최인국 선생은 천도교 산하기관인 동학민족통일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북쪽과 많이 접촉했다”면서 “우리 추측에는 (청우당) 위원장을 맡을 것이다. (북한이) 위원장 자리를 주려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예측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임 교수는 “북한에서는 대를 이어서 자리를 맡는 데 청우당 위원장 자리가 최씨 집안 자리다. (중앙위원장이었던) 류미영씨가 사망한 이후로 위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 교령도 “북한은 혈통을 중시한다. 지금껏 청우당 당수를 빈자리로 남겨둔 것은 ‘최동오의 핏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러니 최인국씨가 만약 북한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북한의 청우당 당수를 맡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북한 내 천도교 교인은 1만 500명가량이다. 북에서는 가장 큰 종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우당은 조선노동당에 이은 제2정당으로 당원은 1만 2000명 정도다.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청우당 출신 대의원이 23명이었다. 북한에서는 천도교 신자가 아니어도 청우당의 정신에 공감한다면 당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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