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영국과 중국이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정계 주요 인사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자 중국은 “홍콩은 이젠 영국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하고 영국은 중국 대사를 초치하며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홍콩시위에 대한 지지의사와 함께 중국 정부에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준수를 촉구했다.
3일(현지시간) 보수당 대표 경선 선거운동 중인 존슨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은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본토 송환 제안에 대해 불안해 할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은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홍콩이 현행 체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일국양제’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테리사 메이 현 영국 총리 역시 하원 ‘총리 질의응답’을 통해 “중국 정상에 직접 (홍콩시위 관련) 우려를 전했다”면서 “반환협정에 담긴 홍콩의 고도 자율성, 권리와 자유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현 총리 및 장관과 차기 총리 유력주자가 연이어 홍콩 시위를 지지하자 중국 측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식민통치의 환상에 취해 있다”며 “영국이 홍콩 주민에게 자유를 얻어다 줬다는 건 완전히 후안무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류 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도 “영국 정부는 홍콩 내부 문제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폭력적으로 법을 어기는 이들을 도와주는 잘못된 편에 서기로 했다”며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지 더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류 대사의 발언이 전해지자 영국 외무부가 류 대사를 이날 초치해 “(발언을) 용납할 수 없으며 부정확하다”고 항의했다.
영국 외무부는 류 대사에게 홍콩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