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뮬러 특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로버트 뮬러 특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고서는 그 자체로 말한다”

의회에 공 넘기며 새로운 불씨

하원 법사위원장 “모든 옵션 검토”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29일(현지시간) 침묵을 깨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종결의 변’을 남겼다.

22개월간의 수사 기간 내내 침묵했던 뮬러 특검은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히고 떠났지만, 그의 발표를 계기로 정치권은 2차 공방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뮬러 특검은 지난 2년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측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워싱턴 정가를 들었다 놨다 한 ‘뉴스 메이커’였지만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뮬러 특검은 이날 법무부에서 직접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첫 등장인 동시에 퇴장 무대가 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우리가 해온 일의 결과에 대해 몇 마디 할 것이지만, 이 이상에 대해서는 보고서가 그 자체로 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보고서의)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했고, 보고서는 그 자체로 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라 대통령 기소는 특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이 분명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만약 우리가 확신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특검은 현직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공식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선 형사사법 체계 이외의 절차도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의회 권한으로 탄핵 소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이 의회는 현직 대통령을 고발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간 탄핵 추진을 거론해온 민주당은 뮬러 특검의 발언 후 즉각 공세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미국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의회는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와 거짓말, 그 밖의 다른 잘못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신성한 헌법상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특검 보고서에서 바뀐 것은 없다. 사건은 종결됐다!”고 그의 기자회견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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