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해인 기자] 20일 오전 3시 36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공단동 한 전자부품공장. 소방당국은 인력 300명과 소방차 57대를 동원해 발생 4시간 40분만인 오전 8시 16분께 불길을 잡았다. ⓒ천지일보 2019.5.20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20일 오전 3시 36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공단동 한 전자부품공장. 소방당국은 인력 300명과 소방차 57대를 동원해 발생 4시간 40분만인 오전 8시 16분께 불길을 잡았다. ⓒ천지일보 2019.5.20

구미 산업단지에 불길 덮쳐
인명피해 없지만 처참한 상태
곳곳에 잔재, 전쟁터 방불케 해
“화재 연기로 들어갈 수 없어”

[천지일보 구미=송해인, 원민음 기자] “기계유압관련 포크레인이나 부품을 가공 작업하는 회사였어요. 이번 주에 부산 벡스코에서 하는 기계박람회에 참석하려고 신청도 다 마치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 속상하네요.”

20일 오전 3시 36분경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한 전자부품공장에서 시작된 불길이 인근 공장으로 번지면서 공단 주변은 일순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이날 화재 주변에서 만난 진영정밀㈜ 직원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공장 앞에 망연자실해 이같이 말했다.

화재는 소방서 추산 136억 9000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61대와 인력 303명을 투입해 진압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공장은 불에 그을려 기둥만 남았을 뿐 불길에 처참히 무너져 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사무실이 있던 자리, 서재가 있던 자리에도 그 어느 것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화재를 참담한 눈으로 바라보던 피해자 이석주(가명)씨는 “4시 10분경 보안업체에서 전화로 인근공장에서 불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며 “현장에 도착해 보니 불에 다 타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에 대해 “지난 1994년도에 설립해서 구미공단으로 2009년에 입주해 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그래도 피해보상을 받으면 회사는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길이 삼킨 것은 화재 최초 발생지만이 아니었다. 공장 주변 곳곳에는 불타버린 잔재들과 창고, 가스통과 건설자재 등이 널려 있어 화재가 덮칠 당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건너편에서 근무하던 김종호(35, 남, 구미시 임은동)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 연락을 받았었다. 와서 보니 화재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인명피해가 없고 더 퍼지기 전에 발견돼 진화해서 다행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무슨 공장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린 건축물에는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은 검은 연기와 자재들만 소화재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특히 깨진 창문에 남아있는 그을음을 보아 전소된 곳 안에서 얼마만큼 타버렸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네비게이션, 블랙박스를 생산한다는 배주현(가명) 공장장은 “회사 사장에게 4시 40분 쯤 연락받고 바로 달려왔다. 와서 보니 우리 회사는 불길이 없었다”며 “회사 안에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지러 들어가려고 했지만, 화재연기로 인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쳐다만 봐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한 공장들은 모두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은 공장 관계자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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