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연합뉴스) 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1908∼1932) 의사가 순국한 지 78년 만에 고인이 최후를 맞은 일본 땅을 확인했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민단 본부는 구 일본군 내부 보고자료와 그 후 토지개량 관련 지도 등을 근거로 확인작업을 벌인 끝에 윤 의사가 처형된 '미쓰코지야마(三小牛山) 서북골짜기(西北谷間)'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곳은 이시카와현 가나자와(金澤)시 교외에 있는 육상자위대 미쓰코지야마 훈련장 내부다.

일본군은 1932년 12월19일 윤 의사를 총살한 뒤 당시 육군 9사단 주둔지였던 이 산의 다른 장소(동남쪽 평지<東南高臺>)에서 총살했다고 발표했지만 패전 후 공개된 일본군 내부 문서에는 '미쓰코지야마 서북골짜기의 가나자와-오하라(小原) 사이 산중 도로의 동쪽, 교통이 뜸하고 공개될 위험이 없고, 동쪽 절벽은 높이 약 7m여서 총탄 차단에 적절한 장소'에서 총살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민단 지역 본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 4월부터 부근에 사는 재일동포 2세와 일본인 시민운동가 등 3명으로 팀을 꾸려 1956년 지도와 1962년 항공사진, 2002년 지도 등을 찾아내 대조작업을 벌여왔다.

2008년에도 국내의 한 방송국이 일본군 내부 문서에 첨부된 간단한 약도를 근거로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처형 지점을 추정한 적이 있었지만, 이는 처형 이후 지형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번 작업으로 윤 의사가 처형된 골짜기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시카와현 민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조만간 민단 중앙본부와 윤봉길 기념사업회 등에 보낼 예정이다.

변종식 이시카와현 민단 단장은 "고국에 있는 분들이 윤 의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의거를 벌인 사실은 알아도 일본에 끌려와 산골짜기에서 처형당한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윤 의사가 최후를 맞은 골짜기를 찾아낸 것을 계기로 다양한 기념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29일 상하이 홍커우(虹口)공원에서 일본군이 도열한 기념식장에 물통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대장 등 군간부를 즉사시켰다. 일제는 같은 해 5월25일 윤 의사를 군법회의에 넘겨 사형 선고를 한 뒤 12월19일 가나자와에서 총살해 부근 노다야마(野田山) 공동묘지로 가는 길 밑에 암장했다. 윤 의사의 유골은 1946년에 발굴돼 용산 효창공원으로 옮겨졌고, 암장지 부근에는 1992년 기념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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