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얼마 전 인기 연예인 김성민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김성민 씨는 ‘봉창 김선생’이란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중이었고, 그가 출연했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부랴부랴 그를 하차시켰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연예인의 마약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고 슬프게 만든다. 아니, 화나게도 만든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연예인이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마약이란 모르핀·코카인·아편 등과 그 유도체로서 매우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진통작용과 마취작용을 지니면서 계속 사용하면 습관성과 중독성을 생기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마약은 말기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줄여주기 위하는 등의 치료 목적이나 또는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정신과 등에서 처방되는 수면제, 신경안정제, 항불안제 등은 ‘마약류’로서 ‘마약’과는 다르다. 마약류 역시 의존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을 해야 한다. 여하튼 즐거운 기분이나 흥분된 느낌을 얻기 위해서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 곧바로 중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어떠한 사람이 호기심으로 마약을 복용했을 때 황홀한 기분이나 특별한 환각 경험을 할 것이다. 그 한 번의 경험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곧바로 다시 찾게 되어 중독으로 이르게 될 수 있다. 마약 중독자는 마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까지 마약을 다시 찾게 되어서 결국 폐인이 된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사회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연예인이나 범죄자들만이 마약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일반인이나 청소년까지 마약을 사용하는 추세다. 인터넷 등을 통해서 불법적으로 손쉽게 구입한다든지 또는 마약의 종류가 보다 더 다양해진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때 유명 연예인의 마약 복용 사건은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김성민 씨가 투약했던 필로폰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공부 아닌 공부를 하게 되며, 그 결과 호기심이 생기면서 ‘언젠가는 필로폰 한 번 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그러니 연예인 마약 사건은 사회적 또는 여론적인 차원에서 더욱 엄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필로폰은 대마초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마약으로 그만큼 사람에게 해악이 크고 끊기도 힘들다.

필로폰은 담배처럼 흡연하는 대마초나 입으로 섭취하는 다른 마약류와 달리 직접 정맥에 주사하는 경우가 많아 환각효과가 강하고 빠르며 쾌감도 크기 때문이다. 또한 필로폰 성분이 몸에 남아 있을 경우 일상생활에서도 기분이 좋아 들떠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 만큼 금단 증세도 심하다. 금단 증세가 심하다보니 자주 투여를 하게 된다.

김성민과 친분이 있는 한 연예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성민이 겉으로 보기에는 재미있고 활달해 보이지만, 평소 외로움도 많이 타는 성격이다. 요즘 들어 우울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릇된 선택을 한 것 같다.”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성민은 의심되는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특성 때문에 그들은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소문이 날까 봐 정신과 방문을 꺼리고, 일정이 바빠서 치료를 게을리 받는다. 그렇다면 더욱 안타깝다.

혹시 김성민 씨가 자신의 우울증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마약에 손을 댔다면 말이다. 그에게 필요해서 제공되어야 했던 것은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및 약물치료였다. 누가 옆에서 한 마디 해 줬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의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또는 거부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 개인의 불행한 사건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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