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 기각…스웨덴 송환 공방일 듯

(런던=연합뉴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보석으로 석방됐다.

잉글랜드 지방법원은 검찰이 어산지에 대한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의 보석 허가에 불복함에 따라 이날 열린 심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는 보석금 24만파운드(한화 약 4억3천만원) 가운데 현금 20만파운드를 납부하고 이날 오후 6시께 풀려났다.

앞서 어산지는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7일 런던 경찰에 자진 출석, 보석을 신청했으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돼 교도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해왔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지난 14일 보석금 24만파운드, 거주지 제한, 전자태그 부착, 통금 준수, 여권 압류 등의 까다로운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으나 검찰의 항소로 그의 석방은 다시 늦춰졌다.

어산지는 이날 풀려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런던의 상큼한 공기를 다시 느끼게 돼 매우 좋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보석금을 제공해주는 등 신뢰를 갖고 도와준 세계 모든 지지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의가 늘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면서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라고 성범죄 주장과 관련해 결백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심리에서 평상시 어산지의 각국을 떠도는 생활을 거론하며 보석을 허가하면 실제로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보석 조건에 거주지가 제한돼 있고 전자태그까지 부착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맞섰다.

담당 판사는 어산지가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는 점을 들어 "이는 재판을 회피하려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14일 보석 심리 과정이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됐던 것과는 달리 이날 판사는 트위터 전송을 불허했다.

어산지의 보석금은 런던 소재 언론인 모임 `프런트라인 클럽'의 설립자 보언 스미스와 유명 레스토랑 디자이너이자 어산지의 친구인 사라 손더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영국 작가 하니프 쿠레이쉬, 호주 언론인 존 필저,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 인권운동가 비안카 재거 등이 내놓았다.

어산지는 앞으로 서퍽 주에 있는 스미스의 집에 거주하면서 스웨덴 송환에 맞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여성 1명은 지난 8월 어산지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면서, 다른 스웨덴 여성 1명은 잠자는 동안 어산지가 성폭행했다면서 고소했다.

어산지는 합의로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동기가 깔려 있으며 자신과 위키리크스의 명예를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해왔다.

위키리크스는 어산지의 신병이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그의 국가기밀 공개 행위에 대해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영국에 체류하길 원하고 있다.

스웨덴 검찰의 송환 요청에 대한 첫 심리는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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