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 연속 국내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에도 경기 ‘둔화’에서 ‘부진’으로 우려 수위를 높인 것을 이달에도 유지했다.

KDI는 13일 ‘KDI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요 위축이 일부 완화됐으나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오다가 지난달 처음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높인 바 있다.

KDI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둔화 추세는 다소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일평균 수출액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투자와 수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4%를 기록하며 1~2월 평균(1.3%)보다는 증가폭이 확대됐다. 3월 서비스업 생산(전년 동월 대비)은 전월(-0.4%)보다는 높으나 1∼2월 평균(1.0%)보다 축소된 0.6%의 증가율을 보였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전월(7.7%)에 이어 9.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각각 1.6%. 3.3% 감소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을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3월 설비투자는 15.5% 감소하며 전월(-26.8%)보다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의미 있는 개선은 아닌 것으로 KDI는 판단했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이 높은 특수산업용 기계는 43.7%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 지속됐다. 4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전월(-58.5%)과 유사한 -53.6%의 증가율을 보이며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3월 건성 기성(불변)은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전월(-12.2%)보다 부진이 다소 완화된 -2.9% 증가율을 보였으나 주택착공(-44.9%)과 건축허가면적(-8.4%)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주거부문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4월 수출은 -2.0%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8.2%)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4.5%)보다 감소폭(-5.8%)이 확대됐다. 3월 수출물량지수는 전월(-3.3%)과 유사한 -3.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3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며 전월(-1.9%)에 이어 감소(-0.7%)를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출하(-5.2%→-3.3%)의 감소가 지속되고 수출출하(0.2%→1.0%)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월(-2.9%)에 이어 -1.5%의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현재 경기상황 지표인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0.1p 떨어지며 10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 증가에 그친 가운데 광공업 생산도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4월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최근 경기 부진과 관련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 등이 반영되며 환율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 등 위험요인도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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