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사격의 은메달리스트 강초현이었다. 강초현은 여자 사격 공기소총에서 0.2점차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러 전 국민적인 아쉬움을 던져 주었다.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했던 필자는 한국의 첫 금메달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강초현의 기사를 챙겨서 본사에 송고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반향이 커졌다. 금메달을 딸 때보다 비중있게 다루자는 게 편집진의 판단이었다. 은메달을 딴 것을 금메달을 차지한 것보다 더 크게 보도하자는 것이었다.

금메달리스트 위주로 부각을 시키던 종전의 편집스타일에 비교해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TV 생중계를 지켜 본 국민들은 언론사 홈페이지와 인터넷에 금메달의 꿈이 무산된 강초현에 대해 안타까운 의견을 많이 올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강초현은 귀엽고 앳띤 얼굴에도 불구하고 월남전서 두 다리를 잃고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슬픈 가족사가 알려져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강초현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인터넷을 타고 확산돼 여느 금메달리스트 이상의 ‘강초현 신드롬’이라는 엄청난 반향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인터넷 시대의 초창기인 당시 네티즌들이 강초현의 경기를 보고 난 후의 반응들을 인터넷에 올려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점은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삼성 광저우아시안게임 응원캠페인 측이 지난 10일 네티즌 금메달 수상자를 선정, 발표하면서 10년 전의 강초현이 떠올랐다. 금메달보다 값진 의미를 준 선수들을 수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네티즌 금메달은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보다 훌륭한 스포츠 정신과 투혼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준 선수들에게 수여되는 메달의 의미를 담고 있다.

2만여 명의 네티즌들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리듬체조의 손연재를 비롯해 박주영(축구), 왕기춘(유도), 지소연(여자축구), 나아름(사이클) 등 총 5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각 수상자들에게는 스타성이 충분한 스토리가 담겨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웬만큼의 성적을 올리고 언론에 적합한 용모와 자세, 높은 인지도 등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듬체조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손연재는 ‘리듬체조의 김연아’ ‘제2의 김연아’로 불리며 차세대 유망주로 관심을 끌었다. 손연재의 등장으로 국내 스포츠팬들은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는데,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국민적 관심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란과의 3~4위전에서 4-3의 짜릿한 역전승을 이끈 축구 스트라이커 박주영은 비록 금메달을 놓쳐 빅리그 진출의 디딤돌이 될 병역혜택이 물거품이 됐지만 헌신적인 태도와 사명감을 보여줬다.

유도 왕기춘은 일본의 상대 아키모토의 발목부상을 알고도 끝까지 부상부위를 공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패배’를 선택해 멋진 모습을 선사했다. 아깝게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머물렀지만 그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높이 살 만했다.

여자축구가 동메달에 머물러 아쉬움을 던져 주었던 지소연은 개인적으로는 눈부신 활약으로 득점왕을 차지해 특급 스타의 위용을 과시했다.

여자 사이클의 나아름은 불운을 딛고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나아름은 여자 20km 포인트 레이스 결승에서 경쟁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금메달을 꿈을 접어야 했다. 나아름의 사고소식을 접하자마자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본인은 얼마나 속상했을까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인터넷, 휴대폰 등 여러 미디어 등으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며 다매체, 다채널의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를 맞는 요즘 네티즌들의 관심과 참여로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네티즌 금메달은 종전 금메달 위주로 이루어지던 스타담론이 크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전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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