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롯데마트 5000원짜리 ‘통큰치킨’ 판매 중단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8시 50분, 서울역점에 도착해보니 시민 100여 명으로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맨 앞자리를 차지한 한 노인은 오전 6시 20분부터 기다렸다. 치킨 한 번 먹기 위해 수 시간씩의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은 진정한 ‘얼리어닭터’. 곧 판매대에서 사라질 통큰치킨이지만 그 폭발적인 인기는 여전했다.

개장 시간이 되어 줄을 따라 들어가 보니 통큰치킨을 1년 동안 판매한다는 패널을 점원들이 떼고 있었다. “너무 싼 가격이어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치킨업계의 거센 반발로 1년으로 줄였던 판매기간을 이달 15일까지로 다시 줄인 것. 지난 9일 첫 판매 이후 일주일 만의 철수다.

예약된 치킨을 찾아 점포 내 푸드코트에서 시식을 해봤다. 치킨통은 축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상당한 용량을 자랑했다. 900g의 내용물은 단돈 5000원에 비해 적지 않은 양이었다. 여성 세 명이 먹기에 적당했다. 닭고기는 얼리지 않은 냉장닭을 사용해 기존 치킨전문점의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튀김옷은 두껍진 않았으나 치킨전문점에 비해 맛이 다소 밋밋했다.

적당한 맛과 값싼 가격에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통큰치킨. 이로 인해 업계와 소비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롯데마트 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려던 프랜차이즈협회는 ‘통큰치킨’ 판매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제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치킨 업계를 살리기 위해 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 포털에서는 통큰치킨 판매중단 반대와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 운동을 하자는 여론도 조성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불똥이 튀기는 마찬가지다. 통큰치킨 가격으로 촉발된 치킨가격 거품 논란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치킨을 보통 1만 원대 중반에 판매하는 기존 치킨업계에 보내는 시민들의 불신과 의혹의 눈길은 여전하다. 업계의 상생이냐 소비자의 선택권이냐 하는 문제의 기로에서 어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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