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이 1일 도쿄 고쿄  내 마쓰노마에서 즉위 후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이 1일 도쿄 고쿄 내 마쓰노마에서 즉위 후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소감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

1일 제126대 나루히토(德仁, 59) 새 일왕이 즉위 후 밝힌 첫 즉위 소감이다.

일본이 지난 1989년 시작된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30년 만에 끝내고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 일왕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공식 행보에서 ‘세계평화’를 강조한 만큼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더 나아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나아가 과거사 해소까지 이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앞서 아키히토 전 일왕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1995년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찾았고 중국, 필리핀 등 일본이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를 방문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2001년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와의 연을 느끼고 있다”고 거론했으며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 평화 기념탑’에 참배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왕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작년 8월 15일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는 달리 아키히토 전 일왕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이라고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왕위를 이어받은 나루히토 일왕은 정치적 발언을 좀처럼 하지 않았으나, 앞서 나온 헌법과 전쟁의 비참함에 대한 발언에 따르면 부왕과 기본적인 관점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나루히토 일왕은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 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려졌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전쟁의 기억이 흐려지려고 하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전쟁을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비참한 경험이나 일본이 밟아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화를 강조해왔다.

이같이 나루히토 일왕이 공식적으로 부왕과 같이 평화행보를 이어가겠다고 시사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는 “즉위 이후 아시아 평화를 위한 실천적 행보와 비핵화 입장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에 주목된다”며 “특히 한국과 일본 또는 한중일이 ‘경제 협력’을 통해 평화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아베 정권의 광폭 우경화 행보에 경고음을 발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부왕이 평화를 위해서 노력했던 행보를 계승해서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개헌 등 우경화 행보가 쉽게 전개되지 않을 수 있도록 견제하는 나루히토 텐노(天皇·일왕)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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