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손해배상 청구도..3자간 소송전 비화

(서울=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을 위해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에 결국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채권단 3자간에 뒤엉킨 소송전으로 확산하면서 장기화할 전망이다.

1조5천억여원 예금 인출과 직원 급여계좌 이전 등 전방위로 외환은행을 공격하던 현대차그룹은 10일 외환은행의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 등 실무담당자 3인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 및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또 이날 중 이들 3인과 외환은행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소송 제기는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조달한 1조2천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 최종 제출 시한(14일 자정)을 앞두고 채권단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 3인은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 체결 및 현재 문제되고 있는 1조2천억원의 대출금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과정에서 임무에 위배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해 정상적인 현대건설 입찰 절차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룹 측은 또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대출 계약서 대체 요구는 주관기관으로서의 의무 위반, 도적적 해이를 넘은 범법 행위"라면서 "현대건설 입찰 정상화를 위해 손배소를 제기하는 한편 피고발인 외에도 불법 행위 공모가담자 및 기관이 있을 때에는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3자간의 소송전은 현대그룹이 먼저 시작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16일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현대차그룹이 입찰규정을 어기고 근거 없는 의혹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29일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그룹은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이 언론을 통해 "채권단과 이해관계자 모두를 대상으로 사기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차그룹 관계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현대차 임원을 고소한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MOU를 체결하자 "외환은행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하겠다"며 소송 제기 의사를 밝혀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채권단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금 1조2천억원의 대출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증빙자료로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 외에 '계약내용협의서(term sheet)' 제출도 허용해준 것과 관련, "계약내용협의서는 본 계약 체결시 내용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계약내용협의서 제출을 허용한 것은 현대그룹이 궁지에서 빠져나갈 길을 일부러 만들어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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