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5일 테헤란에서 정유관을 수리 중이다. (출처: 뉴시스)
이란 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5일 테헤란에서 정유관을 수리 중이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이란발(發) 공급 충격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의 한시적 예외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하루평균 약 1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이란산 원유 수출은 다음 달 2일 0시를 기해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기 때문에 이란은 사실상 원유 수출이 어려워진 셈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좌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이란산 원유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유가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7%(1.70달러) 오른 6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30분 현재 배럴당 3.04%(2.19달러) 상승한 74.16달러로 나타났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해 10월 말 이후로 약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일정 부분 공급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작년 하루평균 250만 배럴이었던 이란의 원유 수출은 최근 100만 배럴 수준이라고 미 CNBC 방송은 전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더욱 확실하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글로벌 원유 공급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란원유에 대한 현재 우리의 전면적 제재에서 비롯되는 (원유공급량) 격차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이 증산에 나서 달라는 압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부에 대해 이렇게 최대압박의 고삐를 강하게 죈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외교 성과로 꼽아온 대이란 정책에서의 선명성을 강화하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등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한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 대이란 제재 강화 조치가 나온 점도 주목 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간접적 경고이자 북한에 보내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산 원유 없이도 국제 원유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일머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요구대로 순순히 원유증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행보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에 반발하는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은 계속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것 같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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