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 압박을 받던 중 지난 17일(현지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의 유서가 공개됐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의 유서는 19일 지지자들이 페루 수도 리마의 장례식장에 모여 있는 가운데 딸인 루시아나 가르시아 노레스를 통해 공개됐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나는 창피당하지 않겠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수갑을 찬 채 열 지어 끌려가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을 봐 왔다”며 “나는 그러한 부당함과 서커스처럼 떠들썩한 사건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자부심의 표시로 내 결정의 존엄함을 나의 아이들과 동료에게 남긴다”며 “나는 이미 내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했기 때문에 나의 적들에 대한 경멸의 표시로서 내 시신을 남긴다”고 적었다.
최근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대형건설사 오데브레시가 지난 2001년부터 사업 수주 대가로 중남미 9개국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4억 6000만 달러(약 5200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이 중 3000만 달러(약 340억원)가 페루 정관계에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비롯해 페루에서는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수뢰 의혹이 불거진 뒤 아무런 단서나 증거도 없다면서 자신이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가 됐다고 결백을 주장해 왔다.
한편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1985~1990년, 2006~2011년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고, 첫 임기에는 36세에 당선돼 페루의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