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성균관 등 유림계가 대표적인 유림독립항쟁인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심산김창숙기념관 홍윤정 학예실장, 충남대학교 김상기 교수, 숙명여대 이황직 교수.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성균관 등 유림계가 대표적인 유림독립항쟁인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심산김창숙기념관 홍윤정 학예실장, 충남대학교 김상기 교수, 숙명여대 이황직 교수. ⓒ천지일보 2019.4.15

“교과서 거의 언급 안 돼… 유교계 무력함 때문”

성균관 등 유교,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성균관 등 유림계가 대표적인 유림독립항쟁인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운동의 의미와 역사적 재조명’을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김영근 관장은 유림과 의병운동을 조명하면서 “일제에 의해 국권을 강탈당하고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휩싸일 때에도 유림은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기고 조국 광복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면서 파리장서운동을 소개했다. 김 관장은 “특히 1919년 3.1만세운동을 전후해 유림이 주도해 당시 파리평화회의에 우리나라의 독립 청원을 담은 파리 장서를 작성, 137명이 서명하고 유림 500여명이 옥고를 치렀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하셨던 유림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나아가 미래세대에 전해줘야 할 막중한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산김창숙기념관 홍윤정 학예실장은 파리장서운동과 관련해 “파리장서운동은 단일 독립운동으로는 3.1운동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독립운동이지만 그동안 서명자들 개개인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에 따르면 유림들은 기미독립선언서에 민족 대표로 서명하지 못했다. 이후 독립선언서를 통해 국내의 민기가 고무되자 유림들은 국제적 독립운동을 계획해 파리강화회의에 유림의 연명으로 독립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유림 대표 137명이 서명해 파리강화회의에 보냈고, 이를 주도한 유림 500여명이 일제로부터 옥고를 치르르는 등 탄압을 받았던 대표적인 유림 독립운동이다.

충남대학교 김상기 교수는 파리장서운동을 통해 호서, 영남, 노론, 남인 등 각기 다른 학파와당색을 초월해 하나가 됐던 사례를 소개했다. 최처 파리장서 원본은 호서지역을 중심으로 호서본과 영남지역의 영남본으로 나뉘었다. 호남본에서는 명성황후와 고종황제를 시해한 죄를 묻고 있으며, 조선왕조를 회복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호서지역 유림들은 이를 위해 서양제국에 협조를 요청했고, 당시 화서학파의 척사론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영근 성균관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영근 성균관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5

반면 영남본은 자주독립사상과 국가의식이 잘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만국공법의 세계관을 피력하고 있는 점에서 중국 중싱믜 화이론을 극복한 면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림들은 영남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유림계에서는 학파와 당색이 서로 다른 호서와 영남지역 유림 장서운동의 통합은 민족운동사에서 일대 쾌거”라며 “이는 영남과 호서라는 지역적 차이는 물론 충청도의 노론계열과 경상도의 남인 계열의 통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숙명여대 이황직 교수는 파리장서운동이 갖는 유교계열 독립운동사에서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이 교수는 “어느 모로 보나 유교계는 1920년대 이후 독립운동의 기획과 전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파리장서운동에 참여하면서 청장년 유림은 그 철저한 반성을 통해 정치 의식을 일신했고 그러한 유교계의 의식변화는 자주독립이라는 겨레의 요구에 부응해 복벽과 중화라는 전통적인 생각의 틀을 깨트리고 민족과 자유라는 새로운 생각을 수용하게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장서운동이 교과서 관련 독립운동사에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점과 관련해서도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편집기준이나 연구자들의 편견 등도 어는 정도는 역할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알고도 그대로 방치한 유교계의 무관심과 무력함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유교계에 자기비판 정신을 요구했다.

그는 연구 결과에 대해 ▲척사유림은 병탄 전후 의병전쟁을 수행해 가장 강렬하게 일제에 맞섰다가 큰 피해를 겪음 ▲3.1운동을 주도한 종교는 천도교와 기독교였지만 그것이 전국화하는 데 유교인의 개인적 또는 집단적 참여가 나름 역할을 함 ▲유림이 의병 전쟁 이후에도 고수했던 전통적 화이관을 극복하고 근대적 세계인식을 수용한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에 동참하도록 일신하는 계기 마련 등의 결론을 내렸다.

이날 김창숙기념관은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명자와 활동자들의 유물과 행적 조사 결과의 일부를 소개했다.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의원과 유성엽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한편 올해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으면서 성균관과 유도회 등 유림들은 파리장서운동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전국에 11개의 파리장서운동 기념비를 세우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성균관에서는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근 성균관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유성엽 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파라장서운동의 의미와 역사적 재조명응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9.4.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근 성균관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유성엽 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파라장서운동의 의미와 역사적 재조명응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천지일보 201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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