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르 수단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바시르 수단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야당 인사 “바시르 가택연금 상태”

수단당국, 정치범 석방 발표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75) 수단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AP통신,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수단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시르 대통령이 사임했고 과도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외신은 수단 군부가 바시르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단군은 이날 “중요한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주변에는 군인들이 대거 배치됐다.

수단 정보·보안당국은 이날 전국에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고 수단 국영 수나(SUNA)통신이 전했다. 바시르의 신변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수단 야당 지도자인 사디크 알-마흐디의 아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바시르와 다른 고위 관리들은 가택연금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바시르 대통령은 30년 만에 다시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이날 하르툼 도심에는 군중 수천명이 모여 “새 시대” “새 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앞서 작년 12월 19일 정부의 빵 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한 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확산했다. 경찰과 군인들은 시위대를 최루가스와 실탄으로 진입하면서 사망자가 수십명 발생했다.

유혈충돌이 한동안 잠잠한 듯했지만 지난 6일부터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에 나서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특히 시위대 수천명은 국방부 건물 주변에서 텐트 농성에 나섰고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이 숨졌다.

여기에 최근 시위를 방관하던 군부가 정권에 등을 돌리면서 바시르는 권력에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직업군인 출신인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6월 민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국가비상령을 선포한 뒤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바시르 대통령은 집권 기간 수단을 이슬람 국가로 전환하고 기독교 세력을 소외시켰다.

다르푸르 내전은 2003년 다르푸르 지역 자치권을 요구하는 반군과 정부 간 무력 충돌에서 시작했고 이로 인해 사망자 30만명과 난민 200만명이 발생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9년과 2010년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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