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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서울시의원③ - 김용석 의원

대학가 학생들의 대변자, 전국 최연소 의장에 오르다

“자, 빨리 시작합시다.”

이 한마디로 김용석 서울시의원(민주당, 도봉구 창1,4,5동)과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전날부터 시작된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일정 탓에 인터뷰 직전까지 시정 질문을 하다가 올라온 김 의원은 몸도 마음도 분주해 보였다.

올해 마흔 살인 김용석 의원은 서른두 살에 구의원 재선에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전국 최연소로 도봉구의회 의장에도 올라 그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난 직후였다. 1996년 총선 당시 민주당 김근태 전 의원이 도봉구 지역구에 출마했고 김 전 의원의 선거캠프에 있던 한 선배가 자원봉사를 요청하면서 우연히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2년 뒤인 1998년,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김 전 의원으로부터 구의원 출마를 권유받았다.

당시 도봉구는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선 선거에 내세울 만한 후보가 없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그에게 출마할 것을 거듭 권유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그러나 세 번째 제안을 받자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고심을 거듭했던 그와는 달리 아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내려줬다. “당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부탁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야. 실패하더라도 나가봐. 그분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믿는 거야.”

김 의원은 “아내가 나보다 더 훌륭해요. 나는 통이 작은데, 아내는 스케일이 크죠”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 아내의 지혜와 격려로 출마를 결심한 그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선거를 준비했다. 그리고 결국 당선돼 시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사실 김 의원은 대학에서부터 알게 모르게 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정치’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머쓱해했다. “제가 89학번인데 학교 다닐 때 365일 데모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학생운동을 하다가 5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했네요. 허허허….”

그는 “학생운동은 학생들을 대변하는 행위였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그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 로드맵 그리는 아내와 한 우물 파는 남편
김 의원의 아내도 김 의원 못지않게 유명하다. 아내는 현재 ‘아프리카 TV’에서 <불량주부 망치부인의 생방송 시사수다>라는 제목의 시사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의 제목이 말해주듯 아내는 이 방송에서 타고난 호탕한 성격으로 정치,사회 등 시사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낸다.

방송의 발언 수위가 높은 만큼 부작용도 따를 터. 내심 걱정이 되던 순간, 김 의원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국정원에서 아내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죠”라며 농을 던졌다.

아내의 별명은 ‘망치부인’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감옥에 갇혀 있던 주인공에게 작은 망치 하나가 자유를 가져다준 것을 보고 자신도 그 영화 속의 ‘망치’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스스로 붙인 별명이란다.

김 의원은 요즘도 가끔 아내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저는 묵묵하게 일하고 성실한 스타일이지만 아내는 통이 크고 직관력이 강합니다. 바둑을 둘 때 고수는 항상 몇 수 앞을 내다보듯이 아내는 결정적인 방향을 잘 잡아주죠.”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라는 것.

◆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핵심을 꼬집어야”
김 의원은 지난 8월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 때 또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퍼부으면서다. 사실 그는 기초의회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 의원이다. 특히 올해 1월 김 의원은 ‘지방의회 우수활동사례’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 사람의 구의원도 하나의 입법기관”이라며 “구의원은 구청장의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하고, 시의원은 ‘내가 시장이다’라는 입장에서 현안을 볼 수 있을 만큼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의원으로서)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지엽적인 문제만을 논하기보다 끊임없이 ‘시장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시정을 운영하고 예산을 분배해 정책을 펼쳐나갈지 스스로 자기 가치관을 정립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 그는 얼마 전부터 지방의회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예산 관련 강의를 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사학을 전공한 그는 남들 앞에서 강의를 할 만큼 예산에 박식하지 않았다. 어떻게 강사로 설 만큼 지식이 쌓이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답은 간단했다. “공부밖에 없었죠, 뭐….”

그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수집해서 예산 관련 용어의 개념부터 정립하기 위해 읽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매번 물어보면서 공부했던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김 의원은 잠을 줄였다. 그의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 평소에도 새벽 2시까지 공부하면서 서울시의 예산 정책을 꼼꼼히 살피는 그의 열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의정 활동을 하다 보니 경험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라며 “행정감사, 예산 심의를 위한 정부질문 등을 할 때 그 분야에 혼을 다해서 치열하게 공부하면 그 노하우가 축적된다는 것이죠. 어물쩍 넘어가면 쌓이는 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사든, 의정 활동이든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하면 비교?분석능력이 생기고 그만큼 실력이 쌓이는 것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동안 의정 활동을 하면서 쌓인 자료를 정리해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했는데 이 자료를 모아 책도 내고 강의도 다니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노하우 한 가지를 소개했다.

“관공서에 자료를 요청할 때도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두루뭉술하게 요청하면 자료도 두루뭉술하게 오지만 핵심을 꼬집어 요청하면 그만큼 핵심적인 내용을 얻을 수 있죠.”

관공서에 이렇듯 꼼꼼하게 자료를 요청하면 담당 공무원들이 김 의원을 싫어하거나 꺼릴 것 같다고 묻자, 그는 “제가 질의를 할 때는 좀 매섭게 해서 그렇지, 억지를 부리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과의 관계는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정책과 사업은 예산이 말해줍니다. 돈이 배정되지 않으면 그 어떤 사업도 추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의 예산을 잘 감시해야 하죠”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빚이 4년 전엔 10조, 현재는 25조 원이라고 한다. 그는 “특히 예산의 틀이 방만하고 엉망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도 너무나 기형적이죠. 예산의 80%를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데 이 중 55%를 지방이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에요”라고 지적했다.

구의원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만큼 앞으로 중앙당으로 진출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별 관심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살아나야 합니다. 이제는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 도시나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방자치에 뼈를 묻고 싶다고 했다.

“저는 산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싶습니다. 꽃이 일찍 피면 일찍 질 수밖에 없잖아요. 제 소신은 한우물을 파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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