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안타깝고 슬프고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또 벌어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다. 거의 전쟁에 준하는 공격이었고, 민간인의 생명 희생과 재산 파괴까지 이어진 야만적인 행동이었다. 북한 정권이 호전적인 집단이라는 것을 천하에 드러낸 이번 일을 통해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응징을 다짐하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특히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격당할 때 어떻게 이를 무찌르는가는 바로 국가의 존망과도 직결되어 있다. 한반도의 지난 역사상 수많은 외침을 이겨내서 지켜온 우리나라다. 다만, 1950년 이후 동족의 침략에 직면해 왔던 현실이 서글프다. 그러나 어쩌랴. 생명은 다른 어떤 무엇보다 소중하므로 꼭 지켜내고, 더 이상의 희생이 없어야 함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필자는 평소 인간의 공격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왔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적으로 타고 난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먹고 살기 위해서 강한 공격성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로 공격성을 드러내며 사냥을 하여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도덕성과 법률을 발달시키면서 공격성을 승화시켜 왔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을 이유 없이 공격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이요, 설사 타당한 이유가 있을지라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불법적인 행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한편으론 매우 교묘하게 공격성을 드러내곤 한다. 야생의 동물은 자신이 배가 고플 때만 먹잇감을 공격하지만, 인간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을 공격한다. 욕을 하거나 때리는 등 낮은 차원의 공격성에서부터 비방과 모함, 정치적 공세 등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공격성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들보다도 가장 잔인하고 극단적인 공격성의 표현은 바로 ‘전쟁’이다.

개인의 차원이 아닌 국가, 민족, 종교 간의 전쟁의 폐해가 막대함은 지난 인류 역사를 통해서 이미 충분하게 입증되었다. 그러한 전쟁을 바로 같은 한민족인 북한이 일으키려고 한다. 아니, 이미 전쟁을 시작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북한이라는 표현보다는 김정은 후계자를 포함한 김정일 정권이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고 권력을 가진 지도자다. 따라서 지도자의 공격성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2차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다. 6.25(한국전쟁)를 일으켰던 김일성 역시 공격성이 매우 높았던 인물이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과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각각 그의 아들이요 손자다. 그들의 높은 공격성은 유전적으로 타고 난 것에다가 후천적으로 보면서 배우고 학습된 것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공격성이 높은 권력자 주변에 비슷한 성향의 무리들이 몰려들어서 집단적인 광기를 형성할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의 전쟁 도발이 북한 주민을 위한 것보다 또는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보다 더 자신들의 마음속에 미숙하게 자리 잡아서 응어리진 공격성과 적대감을 분출하기 위함일 가능성도 있다. 당사자들이야 무슨 어린애 장난으로 군대를 움직이는가 말하겠지만, 역사를 움직이는 결정은 사실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나올 것이고, 겉으로야 타당한 이유가 붙겠지만 속으로는 무의식적 차원의 감정적 결정일 수도 있음이다. 지도자의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도자의 결정과 행동으로 인하여 국가와 민족의 안위가 흔들렸던 역사가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한편으론 공격성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자기비하 및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상대방의 공격에도 나의 공격성을 그저 참기만 한다면 보통의 사람답지 않은 것이다. 깊은 산속에서 도(道)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