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30%가 넘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젤렌스키 후보가 이날 투표이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미디언 출신 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30%가 넘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젤렌스키 후보가 이날 투표이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투표 이튿날인 1일(현지시간) 잠정 개표 결과 드러났다.

재선에 나선 페트로 포로셴토 현 대통령이 젤렌스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는 3위에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10시 95% 개표 상황을 발표하면서 젤렌스키 후보가 30.23%, 포로셴코 후보가 15.94%, 티모셴코 후보가 13.4%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10일 공식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만, 개표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결과를 미뤄볼 때 젤렌스키와 포로셴코가 오는 21일 치러지는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은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치러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게 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율은 63.52%로 잠정 집계됐다.

젤렌스키는 결선 투표에 앞서 포로셴코 대통령과의 토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선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대선 투표 뒤 브리핑에서 2위에 머문 것으로 보이는 투표 결과에 대해 “사회가 현 정부에게 보낸 신호를 냉철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지난 5년간의 실수를 철저히 점검하는 아주 심각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현직 대통령의 ‘집권 프리미엄’을 지닌 포로셴코(53)와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1차 투표에서도 독보적 1위를 차지한 것이 사실상 확실한 젤렌스키(41) 중 누가 최종 승리를 거머쥘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코미디언 출신 정치신인인 젤렌스키가 돌풍을 일으켰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 돌풍의 근본에는 부패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의 변화 갈망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가의 변화를 열망하며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개혁과 침체된 경제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이 젤렌스키 주연의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의 평행우주를 꿈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범한 역사 교사에서 정부의 비리에 염증을 느끼고 정직한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2015년 첫 방송 이후 5년째 국민드라마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젤렌스키는 자신의 당을 ‘국민의 종’이라 명명하며 드라마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편 1, 2위 후보 가운데 결선 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도 우크라이나의 ‘반러 친서방’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친서방주의자다.

다만 포로셴코가 러시아에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협상에 좀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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