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초등학교 뒤 담벼락에 쌓인 고철덩어리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초등학교 뒤 담벼락에 쌓인 고철덩어리들. ⓒ천지일보 2019.4.2

골목 곳곳 오염들로 가득

손닿는 곳에 가스통까지

주민 “주거환경 불량한 지역 된 지 오래”

수십년째 도로 무단점용, 변상금징수 無 ‘특혜’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일당독점의 고착화된 지역주의 구도가 23년 만에 깨진 부산진구, 지난해 7월 취임한 서은숙 구청장은 ‘시민주권 사람 중심 부산진구’란 구정 비전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을 펼치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실은 ‘공염불’에 불가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진구는 부산의 중심부에 위치한 명실상부한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면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쇼핑특구 지정을 통해 하루 평균 수십만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전포카페거리, 골드테마거리, NC백화점 등으로 유도해 관광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30~40년 된 전포동 중앙시장에 있는 자동차부품상가 주위는 도심 속의 흉물로 변해가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단속도, 개선의 의지도 사라진 지 오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코를 진동하는 하수구 냄새는 물론 날씨가 맑은 날에도 평소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기름 냄새에 코를 막고 불쾌한 심정으로 다녀야 할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 주변의 도로와 인도 역시 기름때로 얼룩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굣길에는 온갖 위험 물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초등학교 인근 등하굣길에 노출된 가스통.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초등학교 인근 등하굣길에 노출된 가스통. ⓒ천지일보 2019.4.2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수년 동안 수십 차례 구청에 전화하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들은 척도 않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개선되고 정비되겠거니 기대를 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냄새는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어 실망과 불신만 쌓인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는 “하수구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가 오는 날이면 코를 찌르는 악취로 지나다닐 수가 없다”면서 “학교 담벼락에도 기름통, 부속품들 등 위험 물질이 몇 년 동안 방치돼 쌓여 있는데도 단속해야 할 구청은 지켜만 볼뿐 손 놓은 지 오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혼자 보내기가 겁나 등·하교 시에는 꼭 동행한다고 불편한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실제 부품상가 옆 도로 인근은 수북이 쌓인 부속품들로 인해 지난번 하수공사 시 공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품상가 주변 골목 곳곳에는 기름이 묻은 천막과 부속품들, 각종 기름통이 방치돼 있는가 하면 심지어 담벼락에는 위험 물질로 분류된 기름통이 학교 담벼락에 끈으로 매여 있었고, 한 전봇대 뒤에는 현재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통이 어린이들 손에 닿는 위치에 놓여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만큼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차된 자동차 뒤쪽 구석구석에는 쇳덩어리, 오염물질 등이 널브러져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품상가 주변 곳곳에 쌓인 쇳덩어리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품상가 주변 곳곳에 쌓인 쇳덩어리들. ⓒ천지일보 2019.4.2

이곳 주위에서 30년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낮에는 기름 냄새, 비가 오는 날이면 하수구 냄새, 밤에는 부품상가 인근 곳곳에 주차하는 통에 이 일대는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이 된 지 오래됐다”면서 “이런 문제로 4~5년 전에 주민들 300~400명이 서명을 해 경찰서, 동사무소,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뚜렷한 답변은커녕 제대로 된 단속 한 번 없었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청 도시정비과 A계장은 “최근 상인과의 간담회 결과, 도로법 위반에 대해 상인들도 알고 있었다”면서 “불가피하게 점포 앞으로 나온 부속품에 대해서는 노랑선 밖으로 물리라고 계도했다”고대수롭지 않다는 답이다.

또 “상가가 워낙 오래됐고 가게마다 안 평수가 너무 좁아 부속품들을 놔 둘 곳이 없는 현실에서 전체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상가 부속품들이 무겁고 마땅히 옮길 장소도 없는 상인들이 딱하기에 부속품들을 도로 노랑선 안으로 넣어 정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고 답변을 내놓았다. 계도 기간이 몇 개월 정도인가? 라는 질문에는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이 같은 대답은 4~5년 전에도 똑같았다”면서 “2~3일 지나면 다시 도로 곳곳에서 작업할 것은 구청이 더 잘 알 것이다”고 말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구청과 상인들 간의 유착 관계가 있지 않고서는 이 같은 단속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법이 있는데 단 한 번도 변상금을 물리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유착 의혹을 제시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1조(변상금의 징수)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용·수익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공유재산 또는 물품을 사용·수익하거나 점유를 한 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유재산 또는 물품에 대한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변상금)을 징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초등학교 담벼락에 끈으로 묶여있는 위험물질로 표시된 드럼통.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초등학교 담벼락에 끈으로 묶여있는 위험물질로 표시된 드럼통. ⓒ천지일보 2019.4.2

하지만 진구청은 30~40년이 지날 동안 부품상가 상인들의 도로무단 점유에 대해 단 한건도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아 ‘특혜성 직무유기’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776년 미국 독립혁명과 1789년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국가의 주인은 왕실’이라는 전통적 관념이 무너지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국민주권 관념이 퍼졌다. 하지만 250여년간 국민주권을 실제 행사한 것은 국민이 아닌 소수 대표자였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2016년 10월 29일, 제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적폐청산, 이게 나라냐’며 촛불혁명이 들불처럼 일어나 불평등과 모순된 부조리 해결을 촉구했다. 그 결과 국민은 부패한 전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이런 여파는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지역에서도 보수 텃밭이란 말이 무색하게 13명의 단체장과 41명의 시의원, 다수의 구의원을 민주당이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현실에서 현 정권은 구시대의 입에 발린 낡은 전철을 밟지 말고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에서 벗어나 ‘변화와 혁신’만이 불신과 단절을 끊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달 29일 전포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부품들이 널브러진 골목길로 하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달 29일 전포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부품들이 널브러진 골목길로 하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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