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항공 주총,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기고] 대한항공 주총,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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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천지일보 2019.4.1

자본시장의 혁명으로 불릴만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 처리된 것이다. 바야흐로 ‘자본시장의 촛불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조양호 회장의 연임안은 치열한 표 대결 끝에 부결됐지만 결과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통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상당수의 대기업에서 제2, 제3의 대주주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 기업이 약 300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9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대기업을 상대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한다면 제2, 제3의 조양호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벌써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조양호 회장처럼 횡령·배임으로 재판 중이고 2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된 만큼 국민연금이 다음 주총 때 이 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거대 재벌의 전횡 논란이 불거져도 애꿎은 소액 투자자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의결권 행사로 인해 일부 오너 일가가 기업을 사유화해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작지만 큰 걸음’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더욱이 재벌 총수 일가의 ‘들러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소액주주들의 이유 있는 반란이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주의 환기는 물론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사실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목소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시발은 삼성전자였다. 1998년 3월 2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13시간 30분이 걸려 사상 최장 시간 주총으로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 주역이었다. 이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당시 31세였던 이재용 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변칙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경영권을 승계시키려 하자 ‘마라톤 주총’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실상 사문화된 소액주주의 권리를 되살린 ‘소액주주운동’으로 재벌경영 감시의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의 변칙적인 경영 승계에 문제를 제기한 법정 공방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하며 재벌개혁의 이정표를 마련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야 그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물론 이러한 주주 권리의 확대가 지나친 경영권 침해를 불러와 기업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기업인의 의욕을 꺾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나, 국민연금 등과 같은 정부 출연기관의 과도한 영향력이 관치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주주로서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당연한 권리다.

공공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민간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잘못된 경영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간섭이나 관치논란은 기관의 독립성 확보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 소액주주운동, 노동이사제와 같은 감시와 견제를 위한 수단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여전히 재벌개혁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특히 재벌가의 지배구조 해체와 불법 세습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정책과 제도 개선은 공유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1대 99의 불평등사회 해소를 위해 재벌이 자원을 독점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20여년 전 재벌 개혁의 기수로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외침처럼 아직 재벌 개혁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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