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조의궤 가운데 정조국장도감의궤(천지일보DB)

여야 간 대립 등에 문화재 반환 지지부진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과거 한국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두고 프랑스와 일본 내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국에 약탈문화재를 도로 줄지, 언제 환수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두고 설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1월에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회동해 5년마다 갱신하는 조건으로 외규장각 도서를 장기 대여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BNF) 사서들을 중심으로 장기 대여에 반발 세력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외규장각 도서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등 전문가들은 이미 외규장각 도서 장기 대여와 관련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고, 양국 정상들 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장기 대여 절차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외규장각 도서 대여를 반대하는 움직임은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먼저 프랑스 국민들에게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에 와야만 하는지, 한국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켜야 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민 전체가 외규장각 도서를 영구 대여하는 데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내에서도 친한파로 알려진 몇몇 교수들과 지식인들이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과 장루 살즈만 파리13대학 총장은 기고문을 통해 “외규장각 도서 중 일부 의궤는 세계에서 유일한 문서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볼 때 유례없는 상징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다”며 “대중과 완전히 격리된 채 소장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는 공코르드광장에서 파리의 명물이 됐고,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은 세계의 관심사이지만 외규장각 도서는 대중에게 전시된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여야 간 대립으로 약탈문화재 반환 시기가 늦춰졌다.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협정’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조선왕조의궤 등 1205책이 올해 안으로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간 총리는 12월 중순경으로 예상된 이 대통령의 방일 일정과 관련해 조선왕조의궤를 연내에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1야당인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와 전화회담에서 한일도서협정 비준과 관련해 3일까지 임시국회 회기 안에 국회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간 총리가 야당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가며 국회 승인에 협력해달라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연내 반환은 물 건너갔다. 일본 여야 간 당쟁에 따른 결과로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한 임시국회를 연장하는 것에 거부하고, 야당은 참의원의 문책 결의를 받은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 주도한 한일도서협정을 처리할 수 없다고 맞서 비준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일도서협정 비준은 내년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외규장각 도서 297권과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1205책을 보관하고 있다. 이들 문서는 병인양요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약탈됐으며, 현재 장기 대여와 반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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