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진보와 보수의 명확한 기준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사람에 따라 판단하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민주당을 두고 대다수 사람은 진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불분명한 ‘보수’와 ‘진보’를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각자가 주장하는 개념적 논리를 이해하는 학습이 더 중요할 듯싶다.

책은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이나 유명 인사들이 벌인 논쟁을 엮었다. 보수가 제시하는 미래와 진보가 제시하는 미래를 통해 독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자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책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백낙청 창비 편집인과 안병직 (사)시대정신 이사장의 논쟁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다.

백 편집인은 우선 한국에서 사용하는 진보와 보수의 의미가 국제적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한다. 안 이사장 역시 이에 동의한다. 결론은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모인다.

결국 진실과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진보와 보수의 어떤 논리와 주장도 다 가짜라는 것이다. 이런 기초 위에서 진보와 보수가 정확히 맞설 때 소통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풀이다.

안 이사는 반문한다. 보수이냐 진보이냐를 나눌 때 보수 진영은 보수적인 역할만 하고 진보진영은 진보적인 역할만 했느냐는 것이다.

백 교수도 개념정리가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입으로는 자유를 말해왔지만, 사실 자유주의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국제 통념과 한국 현실에서 나타나는 보수와 진보의 양상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진보는 사회주의 하고 보수는 자유주의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좌우 어느 극단도 배제한 폭넓은 중도세력이 출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책은 대체로 극우・극좌 인사는 피한 것이 특징이다. 논쟁 주제는 국가비전, 분배전략, 성장전략, 정치개혁 등 우리 사회의 핵심주제와 관련된 것들로, 양 진영의 입체적인 대담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창곤 엮음 / 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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