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는 핸디캡 있는 손”
[인터뷰]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는 핸디캡 있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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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그의 직장 호남기술학교 1층 카페에서 장애를 딛고 교사가 되기까지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그의 직장 호남기술학교 1층 카페에서 장애를 딛고 교사가 되기까지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
오른손가락 3개 사용 못 해도
용접기능장 시험 당당히 합격

한국산업인력공단서 주최한
국가 자격수기 공모 ‘대상’ 受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정상인이 100%라면 저는 70% 기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손가락 장애인입니다. 손가락 열 개중 3개가 제 기능을 못 하니 남보다 130%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장애를 이기고 용접기능장 도전에 성공한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는 지난 ‘2018년 국가 자격취득자 수기 공모 우수사례’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기자는 지난 22일 박 교사를 그의 직장 광주시 동구 무등로에 위치한 호남직업전문학교 1층 카페에서 만나 그동안의 노력과 고난을 겪고 성공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 있는 사람이 기능 교사가 되는 게 가능할까. 그는 “처음부터 교사가 되려는 건 아니었다”며 “기술을 배워 취업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오른손가락은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없거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사용이 어렵다. 박 교사는 “용접전문가로서 기능적으로 못해내니 자괴감도 들고 슬럼프도 왔다”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처럼 계속 연구하고 방법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기술을 터득해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현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학생에게 용접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학생에게 용접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그는 가능성이나 능력보다는 장애 있는 손가락만 보고 판단하는 선입견에도 좌절감이 들었다고 했다. 인천의 한 직업학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상담교수는 ‘용접기술을 배운다 해도 써먹지 못할 것’이라며 ‘손으로 하는 정밀한 기술인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은 힘들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박 교사는 직업학교 입학에서 떨어지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인내를 가지고 박 교사는 재차 경기도 화성 직업학교에 지원한다. 그는 젓가락과 생쌀을 챙겨갔다고 했다. 면접을 진행할 때 학과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미리 준비한 쌀을 책상에 부어 나무젓가락으로 하나씩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회를 주십시오”.

그의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이일 후 1년간 직업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시작했지만 매일 6시에 등교해 동기생들이 오전 실습을 편하게 하도록 미리 준비하고 오후 10시까지 교수님을 돕기도 하며 용접 연습을 했다.

그는 2개월이 지난 후 기능사 2회차 실기시험을 치렀다. 합격자 발표날 ‘용접기능사 실기시험 합격’을 보고 너무 기뻐서 울었다. 옆 동기가 ‘떨어졌냐’고 했는데 그동안 설움이 울음으로 터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이후 박 교사는 8개월 동안 자격증 취득에 매진해 기능사 자격증 2장과 산업기사 자격증 1장을 취득했다.

박 교사는 자격증에 차례로 합격하면서 장애로 인한 자신을 폄하하던 자세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대기업계열의 복합화력발전소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사회가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손가락 장애로 회사에서는 전문용접 일보다 잔심부름이나 허드렛일만 맡겼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해 용접 연습에 몰두했다고 했다. 또 오전 8시 30분 업무시작이지만 6시면 출근해 청소와 샵 정리 등 점심시간을 이용한 연습의 끈을 놓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나자 용접하는 기술을 지켜보던 회사 관계자들도 자신을 바라보는 편견이 누그러지면서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가의 일을 할 수 있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 교사는 새로운 목표로 국가기술자격 중 용접분야 최고의 기능을 인정하는 용접기능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밤 시간을 활용해 직업전문학교에서 매일 기능시험에 나오는 구조물을 만들고 모의시험을 통한 실전감각도 익혔다.

그러던 중 자신도 직업훈련교사가 돼 장애로 기술 배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교사자격증까지 얻어 지금의 호남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어 제63회 용접기능장 실기시험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박 교사는 “장애가 있더라도 편견을 버리고 자신이 바라는 꿈과 희망을 위해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이런 부분들을 딛고 꿈을 성장시켜 나가면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전 4시 30분이면 일어나 5시 30분에 강의를 준비하고 7시 30분이면 출근한다. 오후 6시면 일과가 끝나지만, 직업학교 학생들의 과제물정리와 피드백을 그날그날 꼼꼼하게 해주기 위해 오후 9시~10시에 퇴근한다. 많은 인내의 시간과 노력을 하는 박 교사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한 국가 자격취득수기 공모 우수사례에서 대상을 받을 때 어머니께서 가장 기뻐하셨다고 했다. “어머니 잘못이 아닌데 나 때문에 맘고생이 많으셨다. 대상 시상식에서 어머니와 기념 사진을 찍는데 ‘상철아 이제 됐다. 내가 원이 없다’고 하셨다”며 그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박 교사는 올해 저희 학교에 입학한 핸디캡 있는 두 분에게도 자신을 보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경험을 ‘험난한 비포장 도로’로 비유하며 “남이 가지 않는 도로 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멀리 보고 계획과 목표도 세울 수 있는 것”이라며 “3D 업종으로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전문 기능인에 도전하면 성취감도 느끼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는 핸디캡이 있는 손”이라며 “만약 장애가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열심히 살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계는 없다. 자신이 장애라며 할 수 없다는 굴레를 스스로 씌우고, 발휘하지 못할 뿐이지 어떤 일이든 기회를 잡는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항상 도전하시라. 도전하면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영원한 실패는 없다. 바라는 꿈과 목표는 이룰 수 있다. 내가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학생에게 용접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박상철 호남직업전문학교 교사가 지난 22일 학생에게 용접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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