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천지일보
교육부. ⓒ천지일보

실험결과 조작·대리 봉사활동도 시켜

검찰에 업무방해·강요 혐의 수사의뢰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성균관대학교의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자신의 딸의 연구과제와 봉사활동을 대신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해당 교수와 관련해 성균관대에 파면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 A교수의 이같은 ‘갑질’과 자녀 입학 비리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특별조사는 지난 1월부터 2월 6일까지 이뤄졌다.

A교수의 딸인 B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16년 당시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연구과제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자 A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이 연구의 핵심인 동물실험을 대신하도록 지시했다.

대학원생들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간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간 B씨는 연구실을 2∼3차례만 방문했고, 또 단순 참관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연구가 계속 진행된 그해 9월에는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다.

B씨는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연구과제 보고서 등으로 대한면역학회 우수 포스터상을 비롯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우수연구과제상 등을 받았다.

A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딸을 대신한 논문 작성도 시켰다. B씨가 단독저자로 표기된 연구논문은 지난 2017년 5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지수(SCI)급 저널에 실렸다.

교육부 조사결과 이 연구 보고서와 논문은 일부 조작도 있었다. A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일부 실험결과가 가설과 다르게 나오자, 대학원생들에게 실제와는 다른 결과로 조작하도록 했고 이를 보고서와 논문에 반영시키도록 했다.

B씨는 이 연구와 논문을 실적으로 서울 소재 한 유명 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때 B씨가 제출한 시각장애인 점자책 입력 봉사활동 54시간 실적은 또한 A교수가 대학원생에게 50만원을 주고 대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B씨가 고등학생일 때도 ‘갑질’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고교 3학년이던 지난 2013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이때 논문 발표를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는 A교수 연구실 대학원생이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다. 또한 이 경력을 지난 2014년도 대학입시 때 서울 주요 사립대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제출해 합격하기도 했다.

A교수는 해당 전공 분야의 ‘원로’급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A교수가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졸업과 향후 진로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A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B씨가 재학 중인 학교에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부당 제출된 실적들을 전달했고, 학교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교육부는 A교수를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A교수의 아들인 C씨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이와 비슷한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