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외환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에 성공했다.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위법 시 무효 ‘조건부계약’… 정책금융공사 반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현대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조달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 외환은행은 이를 고려해 조건부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직 현대그룹이 본계약 체결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채권단 간사인 외환은행의 김선규 홍보부장은 “서류에 허위사항 등이 발견되거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협상자 지위를 해제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MOU 체결을 두고 채권단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건설 지분 중 22%를 차지하는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현대그룹이 소명하는 자료를 자세히 검토하고 소명이 미흡할 때는 주주로서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사장은 “현대건설 공동 매각 주간사는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12월 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키로 했다”며 “현대그룹이 불응하면 일정 시점에 추가로 5영업일의 말미를 주고 그래도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MOU 해지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박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책금융공사의 행동은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현대그룹은 본계약 통과를 위해서 현대건설 주주에게 80%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만일 다른 주주들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총 2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책금융공사가 반대하게 되면 찬성이 78%에 그쳐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수포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MOU 계약서상에 5영업일 이내에 대출계약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자금조달 증빙에 대해서는 MOU에 근거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추가 해명 및 증빙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현대그룹은 또 “이번 MOU는 법과 입찰규정에 명시된 모든 자료와 채권단이 요청한 소명을 마쳤기에 얻어진 공정한 결과”라며 “이제는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정해진 일정에 맞게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사항들은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이며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본계약 체결을 위해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주주 모두가 이해할 만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해 외환은행(23%)과 우리은행(21%) 이외에 정책금융공사(22%)와 기타 주주(34%)들의 의결권을 찬성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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