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여수=이미애 기자] 이영일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25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연구소가 발행한 ‘다시 쓰는 여순사건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5
[천지일보 여수=이미애 기자]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이 23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연구소가 발행한 ‘다시 쓰는 여순사건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5

국가의 위법 행위에 의한 억울한 죽음
전체 피해 규모 2269명 중 1803명 대상
민간인 ‘계엄법’ 적용… 사형집행은 위법

[천지일보 여수=이미애 기자] 1948년 10월 19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1년, 반군에 동조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 3인의 재심이 확정됐다.

이번 대법원의 재심 결정에 따라 여순사건유족들과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향후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 결정은 제주 4.3사건에 이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대한 선고로 받아들이고, 순천지청에 항고 포기를 요청했다.

본지는 지난 23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연구소) 이영일 소장을 만나 여순사건 피해 규모 등 재심 결과에 따른 향후 해결과제 등을 들어봤다.

이영일 소장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번 재심 대상자들은 민간인들로서 당시 제정되지도 않은 ‘계엄법’을 적용해 사형을 당한 ‘국가의 위법 행위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고 단언했다.

1948년 11월 14일 형법 제77조(내란), 포고령 제2호 위반 혐의를 받고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에 집행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용된 계엄법은 정작 사형이 집행된 1년 후인 1949년 11월 24일 제정됐다.

연구소가 발간한 ‘다시 쓰는 여순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 4.19 이후 유족들은 지역별 유족회를 구성, 유골 발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고발 활동을 전개해 왔으나 1961년 박정희 군부가 유족회 활동 및 진실규명 활동을 탄압해 활동이 좌절됐다.

이후, 1992~93년까지 여수지역에서는 14연대 반란 사건 명칭 개정 청원 운동을 전개했다.

1995년부터 여수지역사회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여순사건 피해자 실태조사와 학술지 발굴조사, 관련 학술행사, 역사순례 활동을 전개하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통합 특별법 제정 운동’을 진행해 왔다.

이 소장은 “반란이라는 인식 체계의 프레임에 갇혀 지역사회와 정치권 모두가 부정적인 의견이 내포돼 패배 의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조사와 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재심 과정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또 “유족들이 반란의 멍에와 빨갱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여순사건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재심 결과에 따른 향후 해결과제에 대해 부연했다.

여순사건은 제주 4.3사건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민간인 희생 사건이다. 이로 인해 계엄령 시행, 국가보안법 제정(1948.12.1.) 등 한국 사회의 분단체제 공고화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연구소에서 발간한 ‘다시 쓰는 여순사건 보고서’를 토대로 여순사건의 전체 피해 규모를 재조사한 결과 총 2269명 중 1803명이 대상자다.

이 소장은 “1949년 11월 전라남도가 발표한 1만 1131명의 숫자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면서 “여순사건의 피해 규모에 따른 정부 통계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순사건 특별법제정 관련, 지난해 4월 6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 여순사건 70주년 행사를 거치면서 5개 법안이 상정됐다. 현재 139명이 특별법안에 동의, 공동발의를 하고 있고 국회 토론도 했다. 애초 국방위원회에 배정이 됐지만, 현재는 행정안전위원회로 이관됐다.

1997년부터 지역사회 시민운동 및 여순사건의 진실규명에 앞장서 일하는 이영일 소장은 “제주 4.3의 연장 선상에서 발생한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아픔을 되새겨보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남북 분단사의 마지막 남은 과제를 완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론을 향해서도 “여순사건의 진실의 종이 울리고, 국가폭력의 본질을 뿌리 뽑는 그 날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지난 세월 동안 비극의 역사를 한평생 감내해온 여순사건 유족들의 숨죽인 통한과 설움, 강요된 침묵으로 기다려온 유족들과 지역공동체가 지역의 아픔으로 함께 인식하고 마음을 나눈 결과”라고 대법원의 민간인 재심 결정에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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