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이미 40년전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비핵 3원칙'을 천명한 1960년대 후반 일본이 핵무기 보유를 검토했었다는 일부 언론의 독일 외무성 극비문서 인용 보도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이 자체 내부 문건과 1969년 2월 일본과의 외교 협의에 나섰던 당시 서독 외교당국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스즈키 다카시(鈴木孝) 국제자료부장 등 당시의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핵무기 제조 능력과 관련 "국제적으로 감시해도 핵분열 물질의 5% 정도의 추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핵탄두 생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부장은 또 "일본은 필요할 경우 원자력 개발과 로켓 개발 연구를 합쳐, 북한 등의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핵보유 능력을 자신한 '일본.서독 정책기획협의'는 1969년 2월 3일부터 5일까지 일본에서 열렸으며, 여기에는 일본 외무성에서 스즈키 부장 등 6명이, 서독 측에서는 외무부 정책기획부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당시 일본은 "중국과 인도가 핵을 보유하는 등 아시아에 핵 보유국이 증가하면 일본의 입장이 위험해진다. 일본의 기술은 핵무기의 원료를 만드는데 충분하다"면서 서독 측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당시 서독은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나라가 동서로 분단된만큼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일본 측의 요청에 난색을 표시했다.

당시 일본 측 참석자 가운데 한 명으로 외무성 사무차관까지 올랐던 무라타 료헤이(村田良平)씨는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 3월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독과의 비밀협의 목적에 대해 "서독과의 의견교환 과정에서 핵무기를 보유할 여지를 남겨, 강대국들이 만든 조건(핵확산 금지조약 등)을 뒤집고 싶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일본이 서독과의 외교교섭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검토했던 시기는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천명한 1968년 바로 다음해였다.

비핵3원칙은 1967년 12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국회에서 천명하고 1968년 시정연설에서 국가 정책으로 이를 밝혔으며, 1971년 국회 결의를 거쳐 '국시'로 정착됐다.

일본은 1960년대만해도 아직 비핵 3원칙을 국시로 해야한다는 인식이 낮았으며 .정치지도자와 외교당국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우산으로 일본을 지켜줄지에 의문을 갖고 있었고,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바뀔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사세 마사모리(佐瀨昌盛) 일본 국방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은 1976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기 전까지 핵개발을 둘러싼 국제법상의 속박이 없었다"면서 "당시 핵무기 보유는 소련과 중국에의 대항수단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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