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클로드 샤브롤 감독 (사진제공: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클로드 샤브롤 추모영화제
히치콕을 사랑한 그… 미스터리 스릴러의 대가로 변신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미스터리 스릴러의 대가 클로드 샤브롤 감독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주최하는 ‘클로드 샤브롤 추모영화제(Hommage Claude Charbrol)’가 다음달 14일부터 인사동 낙원상가에 위치한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번 추모영화제에서는 지난 9월에 타계한 샤브롤의 진가를 회고할 수 있는 8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그의 아내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만든 <미남 세르쥬(1958)>는 한때 잘 나갔던 인물이 퇴락하면서 겪는 강박증을 다루며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사촌들(1959)>은 상반된 성격의 인물 사이에서 형성되는 애증 관계를 연극적인 배경과 사실적 묘사를 혼합해 샤브롤의 첫 번째 흥행작이 됐다.

샤브롤은 수작을 꾸준히 발표하며 196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으나 1970년대에 이르러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마스크(1987)>를 발표, 그만의 독특한 서스펜스 스릴러를 선보이면서 잃었던 명성을 회복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의처증이 있는 남편으로 지옥 같은 삶을 겪는 여자 이야기 <지옥(1994)>, 부르주아 가정에 대한 하층민의 분노를 묘사한 <의식(1995)>, 연쇄살인을 두고 여러 인물들의 심리가 사선으로 교차하는 <거짓말의 한가운데(1999),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혼란에 빠지는 가족사를 살풍경하게 엮은 <초콜릿 고마워(2000)>와 <악의 꽃(2002)> 등이 있다. 작품을 통해 샤브롤은 나이가 들어서도 인간 내면에 고인 검은 우물을 길어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샤브롤은 <미남 세르쥬>를 발표하기 전까지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쳤다. 그는 에릭 로메르와 공저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누명 쓴 사나이(1956)>를 분석한 연구서 <히치콕>을 집필했을 만큼 ‘히치콕주의자’로 유명하다.

그는 누벨바그에 대해서도 “뉴웨이브(Nouvelle Vague)는 없다. 영화의 바다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창조한 감독이다.

한편 이번 추모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과 함께 그의 영화관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영화평론가들의 강좌도 마련된다. 홍성남 영화평론가와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밀폐된 사회의 파괴 의식’과 ‘샤브롤과 누벨바그’에 대해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정보 및 상영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맥스무비 등 지정예매처에서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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