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광남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하늘·땅·바다 섭렵한 사나이의 ‘봉사 뚝심’ 

재난 발생한 곳이라면 국내외 어디든 달려가
스킨스쿠버 등 구조 관련 자격증 여러 개 소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모두가 동참하도록 드러내고 하라”
봉사라고 하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봉사의 개념을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육광남 (사)재해극복범시민연합(재민련) 이사장은 “이제는 모든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드러내야 하는 게 봉사”라고 강조했다. 

육 이사장의 이러한 봉사에 대한 개념은 봉사 관련 단체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현재 그는 한국재난구조봉사단 단장, 전국자연보호중앙회 부총재 등을 맡고 있으며 봉사의 길만 꿋꿋하게 걸어왔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주저하지 않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구조 현장에서는 질서와 체계가 없다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아쉬움이 들려왔다. 자원봉사자들은 라면 박스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일단 건물 잔해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분초를 다투는 구조 현장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사고 이후 라면 박스에 적힌 번호로 서로 연락을 취한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1995년 ‘민간자원구조단’을 꾸렸다. 육 이사장이 부단장을 맡았고 이후 ‘한국재난구조봉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30여 명으로 시작한 봉사단은 현재 3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80여 시민단체 뭉친 재민련 발족
육 이사장은 재난 현장을 직접 발로 뛰다 보니 시민단체의 결속과 연계의 필요성 또한 절감했다. 그래서 지난 2004년 2월에 80여 개의 시민단체가 뭉친 재민련을 발족했다. 재민련 소속 회원들은 평상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독거노인 집수리에 나섰다. 전기와 도배, 건축 등의 특기를 가진 회원들이 활발하게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육 이사장은 “집수리 접수가 많을 때는 몇 백 가구에 달했다”며 “3년 전에 고쳐준 집만 5000가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수리에 매달리다 보니 단체의 근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집수리 봉사활동을 줄이고 현재는 암벽타기 등 재난과 관련된 기술을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집수리 봉사는 지금도 1년에 50∼100가구를 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봉사 시작
그가 이러한 봉사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소박하다. 15살이란 어린 나이에 서울로 이사 온 그는 당뇨로 고생하던 어머니를 늘 잊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쫓아 찾아간 곳이 양로원이었다. 이곳에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할머니들의 안마 봉사에 나섰다.

매주 봉사가 지속될수록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그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점점 늘어났다. 육 이사장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됐고 10년간 쉬지 않고 주말마다 양로원을 찾았다. 봉사가 삶의 ‘활력소’가 됐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봉사활동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양로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환한 달빛을 보면서 양로원을 나설 때면 몸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었습니다.”

▲ 육광남 이사장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제공: 재민련)

◆다음 목표는 킬리만자로 등반

육 이사장은 재민련에 몸담고 있으면서 재난이 발생한 곳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태국 쓰나미와 필리핀 지진, 대만 산사태, 쓰촨성 지진 등 외국의 대형 재난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그는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구조와 관련한 웬만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5∼6배 체력을 갖고 있고 체력 또한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도깨비불을 잡는다고 들판을 헤집고 다녔을 정도란다.

“스킨스쿠버와 수상인명구조원, 조종사 자격증 등 구조와 관련한 자격증을 여러 개 소지하고 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참여하고 바다 수영을 4시간이나 해봤어요. 마라톤 완주 메달은 30~40개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수상스키, 승마, 암벽 등반 등 재난 현장에서 필요한 레저는 모두 소화하고 있어요.”

이러한 자격증을 소지하는 이유도 자신이 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가르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가 세운 다음 목표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내년에 등반하는 것. 이를 위해 틈틈이 등반 훈련에 땀을 흘리고 있다.

◆“형편에 맞게 오래 봉사해야”
육 이사장은 “봉사는 마라톤”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오랫동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후원이나 회원들이 회비도 거절하고 있다. 지원받은 만큼 하다 보면 지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봉사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 형편에 맞게 봉사를 하는 것”이라며 “마라톤처럼 쉼 없이 봉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라톤이나 바다 수영을 할 때 욕심을 내면 체력이 고갈돼 페이스를 잃게 됩니다. 욕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죠. 저는 지치지 않고 하는 운동인 마라톤이 적성에 잘 맞습니다. 봉사도 오랫동안 지치지 않게 할 겁니다.”

그는 산을 정복한 후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재난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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