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차 전북 부안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엔 신라가 삼국 통일 당시 당나라를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시킬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머무른 곳이기도 한 ‘내소사(來蘇寺)’란 천년고찰이 있다. 백제 무왕 34년에 중건된 이 절은 조선 성종 때 지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고려 문인 백운거사로 유명한 이규보의 ‘남행일기’엔 ‘蘇來寺(소래사)’라 적혀 있다.

그 내소사 앞엔 넓은 변산반도가 펼쳐져 있고, 거기엔 중국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놀다 죽은 채석강과 흡사하다 하여 바다임에도 ‘채석강’이란 절경이 있고, 또 중국의 적벽강만큼이나 풍광이 아름답다하여 ‘적벽강’이란 절경도 있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북 제1의 관광지다.

이제 이르고자 함은 내소사를 다르게 소래사라고도 일컫는데, 그 뜻을 살펴보면 ‘소생할 소’에 ‘올 래’란 뜻이며, ‘이곳에 오면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는 의미다. 즉,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새롭게 곧, 다시 태어나므로 신앙의 목적인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온갖 생활 도구와 습관을 통해 인간이 궁극에 이를 곳은 영원한 삶 내지 영원한 생명의 세계임을 알려 왔고 소망해 왔음을 잘 알 수 있다.

바로 선조들이 항시 만지고 함께 하는 모든 집기와 도구엔 늘 복(福)자와 수(壽)자가 기록되어 있으므로 영생(永生)과 장차 영원한 세계가 도래함을 잠재의식 속에서 사라지고 멀어지지 않게 암시 시켜 왔음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구전(口傳)으로 전해오는 수많은 말과 풍습은 한결같이 우리의 미래에 전개될 영원한 세계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를 증명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독일인이었다. 선교사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는 일제 강점기에 세계를 돌다가 선교차 이 땅을 밟았을 때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민족의 생각과 풍습과 말과 정신엔 내가 그토록 찾았던 종교적 문화성이 이미 내재돼 있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이 높고 숭고한 종교적 정신세계를 가진 민족이 처한 현실은 일제의 강점으로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상황임을 깨닫고, 그는 1·2차의 방문을 통해 전국을 순회하며 조선의 모든 생활상을 영사기와 사진에 담아 고국으로 돌아가 박물관에 보관케 하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수치는 물론 문화와 종교와 사상을 확인하고 이어갈 수 있게 됨을 이 기회를 통해 밝히고 싶다.

하지만 종교의 궁극적 뜻은 그 이루어지는 때가 있음을 함께 깨닫게 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진시황도 영생할 수 있는 불로초가 있음을 깨닫고 서복과 동남동녀를 시켜 불로초를 찾아 바로 이 한반도를 향하게 했음을 역사로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구하지 못하고 50년의 짧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찾지 못한 이유인즉, 그 영생초는 풀이 아니라 때가 되어 한 사람을 통해 하늘로부터 내려지는 ‘화우로(火雨露)’라고 하는 영생의 말씀을 가진 사람 내지는 영생의 말씀이 비유적으로 표현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또 진시황의 소원대로 영생이 이루어지는 때가 아니었음을 진실로 깨달아야 한다.

또 독일의 한 대학에선 교수와 학생이 캠퍼스를 거닐며 삶의 허무함을 고민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왜 대학에 들어왔느냐. 졸업해서 뭐할 거냐. 좋은 직장에 들어간 후엔 어떻게 할 거냐, 결혼한 후엔 또 부자가 된 후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대화로 끝까지 가봤으나 그 끝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교훈하는 일화로 유명하다. 즉,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모든 게 마감됨을 깨달을 뿐이다.

이제 말하고자 함은 사실은 우리 인생이 태어남은 다시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요, 그것은 창조주의 뜻도 아님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창조주의 뜻과는 달리 죽음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미 길들여져 있으니 정녕 창조주의 뜻과는 반한 생각과 사상으로 물들었다.

따라서 이제 이 세상은 종교의 참된 사상으로 또는 본래 창조주의 뜻 가운데로 회복해야 하는 때가 드디어 돌아왔음을 제발 신앙인부터 깨닫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것이 진정 회복의 때요, 광복의 때를 뜻하는 것임을 깨닫기를 오늘도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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