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방북한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 수천 개를 보유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견학하고 돌아온 해커 소장이 2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영변 핵시설 방문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개발 실험 단계 차원을 넘어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한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해커 소장이 들은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북측은 매년 농축 우라늄을 40kg 가까이 생산할 수 있다. 이 양은 핵폭탄 2개를 구성하는 분량에 해당한다. 즉, 북한은 한 해에 핵무기를 2개나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는 말이 된다.

특히 우라늄 핵폭탄은 플루토늄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폭발력이 강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반감은 “북한의 이번 공개는 매우 실망스러우며 심각한 일련의 도발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북한의 의도는 뻔하다. 핵무기 과시를 통해 불리한 국제관계에서 우위를 찾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사유의 발로다.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면서 들끓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도 같이 엿보인다.

과거 북한은 국제관계에서 고립 상황이 지속될 때마다 습관처럼 ‘핵 카드’를 꺼냈다. 핵을 넌지시 보여주면서 회담을 이끌어냈고, 회담을 통해 주변국의 원조를 받아 냈다. 미국 등 주변국은 울며 겨자 먹기를 반복했으나, 항상 그때뿐이었다.

북한은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뒤로는 핵개발을 계속 이어나갔다. 급기야 이번에는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을 고농축하는 기술까지 습득하게 됐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 정부가 확실한 구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과 연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의 협정을 이행하고 국제사회의 비난 강도를 더 강하게 이끌어 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핵무기의 위험성을 안다면 핵 억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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