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가진 무기 ‘호미자루’ 하나 없어”

검찰 “증거조작·도망 염려 있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보석심문에 직접 나와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나와 “검찰은 법원의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영민한 목표 의식에 불타는 수십명의 검사들을 동원해서 우리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 결과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 페이지가 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며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제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그쪽 검찰이 우리 법원의 재판과 그 프로세스에 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검찰은 법관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옆에서 들리는 몇 마디 말이나 몇 가지 문건을 보고 쉽게 결론 내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고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나 이해력이 없어 제가 그걸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또 “그렇게 영민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검사들이 법원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20여만 쪽에 달하는 증거 서류가 내 앞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 서야 하는데 제가 가진 무기는 ‘호미자루’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재판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방대한 자료의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 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취지다. 그는 “보석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공평과 형평이 지배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법정이 되길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피고인이나 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부당한 영향 줘 (증거) 조작 왜곡 가능성이 있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하급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등 도망 염려가 충분하다며 재판부에 보석 불허를 요청했다. 변호인 보석청구 사유들만으로 보석을 허가해야할 상당한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등을 참고해 적절한 시기에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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