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호 교수, 1891년 검정한 ‘중등교육 대일본지지’ 분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1890년대 초판을 발행한 일본 검정 지리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명시되지 않아 한국 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본 내무성 지리국 직원 출신인 하타 세이지로(秦政治郞)가 쓴 ‘중등교육 대일본지지(中等敎育 大日本地誌)’를 분석해 일본 정부의 독도 고유영토론을 반박할 논거를 찾았다”고 24일 밝혔다.
한 교수는 19~20세기 일본 교과서에 나타난 독도 기술 양상을 연구한다. 그가 ‘중등교육 대일본지지’를 주목한 것은 저자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험, 지리 실무에 해박, 당시 학교에서 널리 사용했기 때문이다.
1891년 문부성 검정 절차를 마친 ‘중등교육 대일본지지’에는 전 지리국장, 중앙기상대장이 쓴 서문이 수록됐다. 1896년에는 개정 15판이 출간됐다.
한 교수는 교과서 내용과 지도에 표시된 독도 형태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는 다케시마의 날을 만든 시마네현이 속한 산인도 부분의 위치와 경역(境域)을 살펴 “오키(隱岐)는 북위 35도 58분에서 시작돼 36도 21분에 이른다. 4개 도서와 79개 소도로 성립된 일국이다”라고 서술된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독도의 위도는 북위 37도 14분”이라면서 “독도가 오키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고, 나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하타의 이러한 시각이 교과서에 실린 지도 ‘대일본국전도(大日本國全圖)’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 지도에는 일본을 비롯해 주변 국가 조선과 러시아 ‘가라후토(樺太, 사할린)’ 일부를 그렸다. 오늘날 오키나와인 류큐 제도,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 떨어진 오가사와라 섬, 홋카이도 동북쪽 쿠릴 열도를 뜻하는 지시마는 삽도 형태로 표시했다.
한국 섬으로는 제주도·거문도·우도·거제도와 한반도 동쪽 죽도(竹島)와 송도(松島)를 각각 그렸다.
한 교수는 “지도에 국경선이 없어 죽도와 송도의 소속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라후토가 그려진 점을 고려하면 해양 경계를 드러내기 위해 그렸다고 판단된다”며 “죽도와 송도는 울릉도와 독도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하타가 1891년 펴낸 ‘심상소학교지리역사교과서 생도용’에 실린 동명 지도를 보면 일본 영토와 부속 섬들이 채색돼 있지만, 죽도와 송도를 비롯한 외국 영토에는 색을 칠하지 않았다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한 교수는 “교과서 본문과 지도를 종합하면 하타는 죽도와 송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두 섬을 일본 영토에서 제외하고 조선 영토로 간주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며 “이 교과서가 학교에서 사용됐다면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인식이 교육을 통해 확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