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19일 그룹 조직을 복원하면서 책임자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삼성SDI 사장 시절 이건희 회장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참관하는 김 부회장(가운데)과 이학수 고문(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2년 4개월 만에 부활… 연말엔 이재용 부사장 승진 예정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삼성그룹이 젊은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일 김순택(61)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그룹의 새 컨트롤 타워를 이끌 책임자로 내정한다며 전격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건희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그룹 조직의 복원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의 변화에 대비해 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9월부터 거듭 강조했던 ‘젊은 조직론’이 태동을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이 회장은 지난 3월 경영 복귀 후 그룹 조직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택 부회장을 수장으로 만들어질 세 컨트롤 타워는 삼성 각 계열사의 업무를 지원하고 역량을 모으는 등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용 팀장은 “그룹 차원에서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그룹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 이름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조직을 갖추고 인선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자금 폭로 사건과 삼성 특검 수사로 공식 해체됐던 전략기획실 형태의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는 2년 4개월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컨트롤 타워가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올 연말 인사 때 사장으로 승진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21일 일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체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은 말도 안 되는 얘기며 여전히 회장님이 중심에 계신다”며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을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임명했다. 이인용 팀장은 컨트롤 타워 전 사령탑이었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의 퇴진을 ‘문책’이라는 단어를 통해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을 10여 년간 보좌했던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내달 예정된 사장단 인사에도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용어설명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의 원래 뜻은 비행장 내 또는 그 주변 공역에서 항공기의 항행안전을 위해 항공교통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일반 기업 내에서는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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